고갱의 ‘마지막 자화상’이 위작?…바젤 시립미술관 진위 조사 착수

폴 고갱.

위작 의혹을 받고 있는 폴 고갱의 마지막 자화상 ‘안경 쓴 자화상’(1903). [바젤 시립미술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마지막 자화상으로 알려진 작품이 최근 위작 의혹에 휘말렸다. 해당 작품은 현재 스위스 바젤 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903년작 ‘안경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Glasses)’으로, 고갱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린 유작으로 평가돼왔다.

의혹은 지난 3월 아마추어 미술 감정가 파브리스 푸르마누아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그는 “이 그림은 고갱이 아닌, 베트남 반식민주의 운동가 응우옌 반 깜(Nguyn Vn Cm)이 1910년대 초 직접 그린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응우옌 반 깜은 프랑스 식민통치에 저항하다 타히티로 유배된 인물로, 생전 고갱과 가까운 친구로 알려져 있다.

푸르마누아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에 응우옌 반 깜의 아들로부터 “이 그림은 아버지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 증언을 확보했다. 실제로 작품에는 작가의 서명이 없다. 그림 속 인물의 눈 색깔도 고갱의 갈색이 아닌 파란색이고, 그의 특징적인 매부리코도 없다.

논란이 커지자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바젤 시립미술관은 진위 조사에 착수했다. 미술관 측은 “문제 제기 직후 과학적 분석 절차를 시작했다. 해당 작품은 그간 전시되지 않았다”며 일각의 ‘전시 철거’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6~7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실제로 이 자화상에 대한 의심은 이전에도 있었다. 1928년 미술관에 기증됐을 당시, 당시 관장 게오르그 슈미트는 연례 보고서에서 “작가가 병든 상태였던 만큼, 평소의 외모나 회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이후 고갱의 유작으로 간주됐고, 1964년 발간된 고갱 도록에도 수록됐다.

푸르마누아는 해당 작품이 고갱 사망 이후에 스위스 상인 루이 그레레를 통해 유럽 미술 시장에 소개됐고, 1924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도 출품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경매에는 유명 화가 존 싱어 사전트의 조카 장 루이 오르몽이 가담했으며, 오르몽의 아버지는 그림이 위작임을 알면서도 아들을 위해 이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푸르마누아는 앞서 2002년 게티 미술관이 약 500만 달러에 구입한 고갱의 조각 ‘뿔 달린 머리(Head with Horns)’의 진위 역시 문제 삼은 바 있다. 결국 해당 작품은 ‘작자 미상’으로 재분류됐고, 2019년 전시에서 철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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