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서울동물원, ‘전시’ 넘어 ‘동물복지’ 요람으로

1909년 창경원에 첫 동물원 개장
1984년 과천 이전 국내 최고 역사
종보전센터 멸종위기 동물 연구
AZA 인증 동물원, 올해 재인증


서울동물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동물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레서판다[서울동물원 홈페이지 캡처]


100년이 넘는 역사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동물원이 단순한 동물 전시를 넘어 멸종위기 동물의 종보전을 위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물원에만 부여되는 AZA(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 인증도 받는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동물원은 서울시 서울대공원 직속 기관으로 1984년 5월 1일 개장했다. 약 242만㎡ 규모에 216종, 1950마리의 동물이 지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서울동물원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오래됐다. 일제강점기이던 1909년 창경원에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 세워졌는데 이것이 서울동물원의 전신이다. 당시 세계에서 36번째이자 동양에서 7번째로 세워진 서울동물원에는 포유류 29종 121마리, 조류 43종 240마리 등 총 72종 361수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람객이 많아지고 동물 수도 늘면서 정부는 보다 넓은 공간을 찾았다. 그리고 서울시에 인접한 과천에 서울대공원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1978년부터 시작된 공사는 1984년 마무리되고 서울대공원과 함께 서울동물원도 개원하게 됐다. 최근 만난 여용구 서울동물원장은 “서울동물원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이자 가장 큰 규모의 동물원”이라며 “국내에서는 큰 형님 같은 존재로 동물원으로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래서판다다. 멸종위기 동물인 레서판다는 귀여운 외모로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동물원이지만 서울동물원의 자랑거리는 단순히 역사와 규모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울동물원은 2022년 말 국내 최초로 종보전센터를 설립했다. 종보전센터는 우리나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확보·증식해 야생동물 유전 자원을 보전하고 멸종위기 동물의 생태·번식·유전 분야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종보전사업은 토종 멸종위기 동물인 한국호랑이·반달가슴곰·한국표범·늑대·여우·수달·삵·황새·두루미·재두루미, 10종을 우선 보전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구조 ▷번식을 통한 개체 확보 ▷야생동물 보전 관련 전문 서적·자료 확보 DB 구축 ▷야생동물 관련 국제협력 확대 등을 진행하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멸종위기 토종동물 3종 11마리(여우 5·저어새 1·낭비둘기 5마리)의 번식에 성공했다”며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과 공동 연구협약 체결을 통해 반입된 산양과 여우를 통해 지난해에는 산양 3마리, 여우 5마리를 각각 번식에 성공시켜 야생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동물원은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경기 시흥시 옥구공원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금개구리 300수를 방사하기도 했다.

여 원장은 “최근에는 저어새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이를 통해 10년 전 3000마리까지 줄었던 개체수가 최근에는 6800마리까지 늘어났다”며 “서울동물원은 서식지를 잃은 동물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을 보전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공원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1984년 개원했을 당시에는 최신식 동물원이었지만 벌써 40년이 지나 동물원 곳곳에 손을 봐야 할 곳이 늘고 있다.

여 원장은 “개원 당시만 해도 전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동물원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다 보니 가끔 동물사를 보면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그래서 2010년 유인원관을 시작으로 매년 동물사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동물원에서는 동물쇼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서울동물원은 그보다는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운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 원장은 “예전에 사육사가 공연복을 입고 손짓을 하면 홍학들이 음악에 맞춰 뭉쳤다가 갈라졌다하는 홍학쇼가 있었다”며 “알고 보니 훈련에 의한 게 아니라 사육사의 손짓에 홍학들이 놀라서 뭉쳤다가 갈라졌다 했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쇼가 사실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우리 서울동물원은 이런 엔터테인먼트 요소보다 동물들이 지내기 좋은 사육 환경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동물원에서는 2013년 돌고래 제돌이를 제주도 바다에 방류하면서 더 이상 돌고래를 사육하지도, 공연을 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여 원장은 “동물원에 오는 분들은 대개 동물의 활발한 움직임을 원하는데 그보다는 눈으로 동물의 생태를 가만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동물복지 향상과 함께 서울동물원이 신경 쓰는 것이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의 복지 향상이다. 서울동물원에는 약 110명의 사육사가 있는데 절반은 공무원 신분이지만 나머지는 무기계약직과 같은 비정규직이다. 신분이 달라 같은 일을 해도 급여 등 대우가 다르다고 한다. 여 원장은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동물도 행복할 수 없고, 동물이 행복하지 않으면 동물원을 찾는 사람도 행복할 수 없다”며 “직원이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아침 출근 후 매일 반복되는 사육사 청소 등 고된 작업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고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동물원 환경 개선에 노력한 결과 서울동물원은 2019년 아시아 동물원 중 최초로 AZA 인증을 획득했다. AZA는 서식지 종보전, 사육 매뉴얼, 동물복지, 교육훈련프로그램 등 전 세계 동물원 대상 동물원 운영·동물관리의 선도 기관 역할을 하는 협회다. AZA 인증은 엄격한 평가 기준에 따라 재정 운영, 동물관리, 교육, 시설 등 동물원 운영 전반을 평가한다. 현재 AZA 인증을 받은 동물원은 전 세계 237개소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서울동물원과 에버랜드 두 곳뿐이다. 5년마다 인증이 갱신되기에 서울동물원은 다음달 재인증을 기대하고 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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