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간판 바꿨을 뿐인데”…단순 실수도 전과자 만든다

옥외광고물법 위반 때 500만원 벌금
행정 착오도 형사처벌 등 불안감 가중
중기업계 “과태료·계도중심 전환해야”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 ‘경제형벌 합리화’ 개선과제를 건의했다. 간판만 잘못 바꿔도 벌금을 무는 등 일부 경제형벌 규정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과도한 법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담았다. 사진은 서울 한 상가의 간판들 [게티이미지뱅크]



“새로 가게 간판을 달았는데, 어디로 어떻게 신고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고를 누락하면 벌금 500만원에 전과자가 된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중소기업중앙회가 파악한 일선 소상공인 A씨의 토로다. 경기 불황 여파로 1인 창업을 비롯, 소규모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유롭게 시작하는 제2의 삶이 아닌 실패할 수 없는, 실패해서는 안 되는 생사를 건 창업이다.

문제는 1인 창업 혹은 소규모 창업이다 보니 당연히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데 있다. A씨의 사례도 그중 하나다. 간판 설치나 간판 변경은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벌금 500만원 이하 형벌을 받는다.

과태료가 아닌 벌금으로, 이는 형벌 대상자이자 전과자가 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경제형벌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영세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자칫 실수로 위반할 수 있는 분야까지 과태료가 아닌 벌금으로 형벌 처리하는 건 과도하다는 토로다.

▶단순 행정착오까지도 형사처벌…전과자 전락=중기중앙회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 ‘경제형벌 합리화’ 개선과제를 건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부 경제형벌 규정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과도한 법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담았다.

단순 행정착오나 경미한 위반 등까지 형사 처벌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민생 밀접 분야에서 빈번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옥외광고물법 제18조 제2항 제2호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등 미신고 광고물 또는 변경신고 미이행 광고물을 설치한 경우엔 벌금 500만원 이하를 부과한다.

최근 자영업 증가 등에 따라 옥외 간판 설치 역시 지속적으로 급증세다. 문제는 이와 관련된 절차를 미처 대비하지 못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창업하는 입장에선 간판이나 옥외 광고판이 생업과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꼼꼼하게 제도를 인지하지 못한 채 우선 간판 등을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경우도 잦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안내하는 기준이 다르고 온·오프라인 접수 등으로 절차가 복잡하고 신고과정도 번거로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 같은 애로사항이 상당했다. “간판 설치가 늦어 영업 시작이 지연되는 중인데, 신고 절차를 제대로 몰라 벌금을 받을까봐 걱정된다” “단순 변경임에도 신고를 안 하면 벌금 대상이라니 너무 부담스럽다” 등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직원 없이 혼자 매장을 운영하고 신고도 해야 하는 영세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신고가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 행정착오에도 벌금이 부과되니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안전성을 저해하고 심리적 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폐업 신고 제때 못하면 3년 이하 징역…신분증 위조 맞먹어=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범죄가 있다. 신분증을 위·변조할 때의 처벌 수위와 같은 정도다. 바로 이는 폐업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다.

식품위생법 제97조 제1호에 따르면 폐업이나 변경 등을 1개월 내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미신고 불법업소 등을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현장에서는 단순 행정착오나 경미한 신고 누락에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부담이 크다.

소규모 영세 식품업체는 전문 행정 인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자나 가족이 직접 신고 업무를 처리하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서류 누락이나 기한 착오 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잦다. 고의가 아님에도 전과자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중소기업계는 단순 행정 미신고까지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건 행정제재와 형벌 간 균형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경영 불안감을 가중시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도 늘어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징역형 조항을 삭제하고 단순 행정 위반사항은 과태료·행정명령 등으로 전환해 기업 부담 완화해줘야 한다”며 “즉시 처벌보다는 실수를 보완할 기회를 주도록 하는 계도 중심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계는 ‘대기환경보전법 자가측정 위반 처벌 완화’도 제안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90조 등에 따르면, 오염물질을 측정하지 않거나 측정결과를 거짓으로 기록·보존하지 않은 경우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전담 환경관리 인력이 없다보니 자가측정을 기록하거나 보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토로다. 최근엔 사물인터넷(IoT) 측정기기 설치해 자가측정 실시하는 대안도 있다. 문제는 기기당 300만~400만원 수준에 이르다보니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이 역시 부담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측정기기임에도 설치를 늦추면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 심리적 압박을 느낀 적도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단순 실수 등 착오가 돌이킬 수 없는 처벌이 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불황 등 극복하기 힘든 대외적 악재가 쏟아지는 와중이란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며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이처럼 과도한 경제형벌에 더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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