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사망자 6000명설 확산…트럼프, 협상·군사개입 저울질

인권단체 “시위대 최소 648명 사망”…유혈 진압 논란 확대
트럼프, 군사 옵션 열어둔 채 교역국 관세로 압박 강화
이란은 물밑 접촉 시도…중동 정세 불확실성 커져

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모닥불 주위에서 춤을 추고 환호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유혈 진압을 둘러싸고 사망자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과 군사 개입을 동시에 저울질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외교적 해법을 열어두면서도 군사 옵션과 제재 강화를 병행하는 ‘양면 전략’이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6일째인 12일(현지시간) 기준 시위대 사망자가 최소 64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8세 미만 미성년자도 9명이 포함됐다. IHR은 확인되거나 두 개 이상의 독립 기관을 통해 검증된 사례만 집계한 수치라며, 일부 추산으로는 사망자가 6000명을 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일부 시신에서는 근접 조준 사격 흔적이 발견돼 즉결 처형에 가까운 보복이 이뤄졌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진압이 자신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최근 며칠간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살해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백악관도 외교가 최우선이지만 군사 행동 역시 선택지 중 하나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공습 역시 최고 군 통수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옵션 중 하나”라며 “외교는 항상 대통령의 첫 번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이란은 물밑 접촉을 통해 출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지난 주말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연락하며 소통했다. 악시오스는 양측의 대면 논의 가능성도 거론하며, 이란이 미국의 직접 개입을 막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위협이나 명령이 없다면 핵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제재 완화와 군사적 타격 재고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 지도부가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다만 압박의 고삐는 풀지 않았다. 그는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거래에 25%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며 즉각적인 효력을 선언했다.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교역국까지 겨냥한 고율 관세를 무기로 꺼내든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타격 승인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이란 내부 상황 변화와 참모진 논의에 따라 외교로 선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추가 제재와 군사 옵션을 포함한 대이란 대응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는 사이버 공격, 온라인 반정부 여론 확산 지원, 추가 경제 제재, 군사 타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섣부른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직접 개입이 이란 정권에 ‘외부 세력이 시위를 조종하고 있다’는 선전 명분을 제공해 시위대의 자생적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미국이 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보복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들이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수준으로 타격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 배경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경제난이다. 핵 개발을 둘러싼 제재로 외화 수입이 막힌 데다, 지난해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피해, 리얄화 가치 폭락이 겹치며 민생이 한계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란 지도부는 외형적으로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친정부 집회를 소개하며 “미국 정치인들은 기만을 중단하라”고 경고했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역시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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