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터넷 전면 차단…“체제 붕괴 늦추려는 의도적 고립”

美·이스라엘 공습후 외부연결 사실상 차단
전문가들 “정권 생존 위한 통제 수단 전략”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 하메네이가 사망한 가운데, 이란 테헤란에서 2일(현지시간) 하메네이의 대형 초상화 게시물이 설치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직후 이란 전역에서 인터넷 접속이 사실상 전면 차단되면서,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반시설 피해가 아니라 정권 생존을 위한 의도적 통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신과 디지털 검열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국민을 외부 세계와 고립시켜 내부 결집과 반정부 움직임 확산을 차단하려는 절박한 선택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은 첫 공습이 발생한 지 약 4시간 만에 다시 전국적인 인터넷 차단 상태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해외로 정보가 유출되는 통로가 크게 제한됐고, 이란 국민들 간의 상호 소통도 사실상 마비됐다.

인터넷 분석업체 켄틱의 더그 매도리 연구원은 일부 통신 두절이 공습으로 인한 광섬유 케이블 손상 등 물리적 피해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여러 네트워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소규모 정전은 기술적 문제를 넘어선 조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검열과 인터넷 인프라를 연구하는 프로젝트 아이니타와 아웃라인 재단 소속 연구원들은 이번 인터넷 차단의 본질을 “통제”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모두가 갑자기 다시 연결되고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매우 쉽게 결집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며 “정권의 몰락을 늦추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란 공습 영상 한 장면. 이란 군용 항공기가 1일 미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피격되기 직전 모습. [미 중부사령관·AP]


이란은 앞서 지난 1월 초 환율 급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약 3주간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 전례가 있다. 당시 차단은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과 인명 피해 실상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검열 연구진들은 이번 조치가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전면적이라고 보고 있다. 휴대전화는 국내 통화만 제한적으로 가능하지만, 해외와의 연결은 거의 끊긴 상태다.

연구진은 통신 두절이 이란 사회 내부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보가 차단되면 시민들이 어디가 안전한지 판단할 수 없어 거리로 나서는 것을 주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정보 부족이 오히려 군중의 자발적 집결을 촉발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사람들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빼앗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항상 위험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이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강타한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이란 당국은 오랫동안 정보 흐름 통제를 핵심 통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최근에는 테헤란 도심 건물 옥상에서 마이크로파 신호를 발사해 외국 위성방송과 라디오 수신을 방해하는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국가 사회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외부 정보 채널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현재의 정보 차단이 1979년 혁명 이후 샤 왕조 붕괴 직후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인터넷 차단과 함께 항공편 중단, 국경 통제까지 강화되면서 이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탈출구가 없다’는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