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1·2위도 ‘공급 불가항력’ 고지…셧다운 우려도

LG·롯데, 일부 제품 사전 통보
납사 대란에 역마진 충격까지
사태 장기화시 셧다운도 우려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납사(나프타)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일부 고객사에 ‘불가항력’(Force Majeure·포스마주르) 발생 가능성을 고객사에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국내 석유화학 1·2위 업체라 위기감이 더 고조되고 있으며, 실제 불가항력 선언으로 이어질 경우 업계 전반의 셧다운(가동중단)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최근 주요 고객사에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공급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통지했다. 롯데케미칼은 복수 제품군에 대해, LG화학은 건설·자동차 산업 등에 쓰이는 가소제 제품인 디옥틸테레프탈레이트(DOTP) 공급과 관련해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가항력은 전쟁과 천재지변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적용되는 조치다. 불가항력이 인정되면 납기 지연이나 공급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불가항력 연쇄 발생 가능성…업계 전반 확산 우려=앞서 연간 229만t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에틸렌 제조사 여천NCC도 지난 4일 고객사에 제품 공급 지연 가능성을 통보하고 일부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의 일부 석화기업도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등, 국내외 시장 전반에서 불가항력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가항력 연쇄 선언은 납사 수급 차질에 따른 것이다. 납사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핵심 원료다. 국내 석화 업체들은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납사와 수입 납사를 절반가량씩 사용하는데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중동을 거쳐 들어온다. 실제로 국내 나프타 수입량의 약 54%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고 있다. 현재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로, 봉쇄 가능성만으로도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요동쳐왔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경우 아직은 일부 제품에 한해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석유화학 제품 전반에서 생산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원료가 > 제품가’ 역마진 쇼크에 가동률 하향=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납사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원료 가격이 제품 가격을 넘어서는 역마진 쇼크까지 처한 상황이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현재 납사 가격(일본 C&F 기준)은 톤(t)당 1009달러에 달한다. 이는 연초 대비 472달러(87.9%) 치솟은 수준이다. 전월과 비교하면 378달러(59.9%)가량 상승했다.

납사를 정제해 만드는 에틸렌 가격은 한국(FOB) 현물 기준으로 현재 t당 860달러로 연초 대비 155달러(22%) 올랐지만, 중동 전쟁발 사태로 납사 가격이 워낙 빠르게 치솟으며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보통 에틸렌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t당 250달러로 여기는데,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을 넘어 큰 손실을 입는 상황이 됐다.

원료 가격 폭등은 물론 수급도 어려워지며, 주요 업체들은 생산 가동률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대 석유화학산단은 과거 호황기인 2021년의 경우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평균 가동률이 90%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말엔 약 82%대로 급감했고, 최근까지는 70~80% 수준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에틸렌 생산 과정에서 부타디엔과 프로필렌 등 다양한 화학제품이 함께 생산되는 만큼, 대부분 NCC 가동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고 최소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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