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밍에 위치정보 붕괴…충돌 우려에 엔진도 못 켜
미사일·드론 이어 전자전까지…선원들 “내리게 해달라”
![]() |
| 미 항공우주국(NASA) 테라 위성의 모비스 장비로 촬영한 오만만과 마크란 지역,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의 북부 해안의 위성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연일 시사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르면 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이 대이란 휴전을 전격 선언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본 관련 선박들이 ‘보이지 않는 위협’에 갇힌 채 한 달 가까이 표류 상태에 놓였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더해 GPS 교란까지 겹치면서 물리적·전자적 위험이 동시에 현실화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6일(현지시간) “GPS 전파 방해, 이른바 재밍(jamming)이 확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일대 선박 운항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화면에서는 선박 위치가 육지 한복판으로 표시되거나 여러 척이 한 지점에 겹쳐 나타나는 등 위치정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란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페르시아만 일대에 발이 묶인 일본 관련 선박들은 이제 미사일·드론 위협을 넘어 전자전까지 동시에 겪는 상황이다. 일본선주협회에 따르면 이 해역에는 협회 소속 선박 45척을 포함해 약 60척의 일본 관련 선박이 체류 중이다. 이들 선박에는 일본인 24명을 포함한 다수의 선원이 탑승해 있다.
현장 상황은 긴박하다. 선원들은 “물기둥이 솟구치는 것을 봤다”, “상공에서 폭발 잔해가 떨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실제로 인근 해역에서는 최소 23건의 공격이 확인됐으며, 일본 원유 수입의 약 40%를 담당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에서도 8건이 발생하는 등 위험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GPS 교란으로 위치 파악이 불가능해지면서 선박들은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엔진을 끄고 사실상 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일본의 한 해운사 관계자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운항 자체를 중단한 상태”라며 “다른 선박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재밍은 미사일 유도 방해를 목적으로 한 전자전의 일환으로 추정되지만, 어느 측의 행위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선박들은 물리적 공격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원들의 피로도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란 측 무선 통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24시간 감시 체제를 유지하면서 극심한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식수와 식량은 간신히 보급되고 있지만, 장기 체류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커지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 “배에서 내리게 해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전일본해운조합과 일본선주협회는 정부에 탈출 경로 확보를 위한 외교적 대응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이 휴전 협상 진전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란의 대응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나가사와 히토시 일본선주협회장은 “전투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고 항로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운항 재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