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네릭 약가 인하 강행…시름 깊어진 제약바이오


“한국 제약산업은 복제약 매출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며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급격한 약가 인하를 추진할 경우 국내 R&D 투자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고가 의약품 대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봄이 왔지만 제약바이오 업계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 상승과 환율 부담이 커진 데다,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를 열고, 현재 평균 53.55%인 복제약 가격 산정률을 40% 초·중반대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26일 건정심 본회의에서 이번 개편안을 최종 의결한 뒤,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비상이 걸렸다. 제약업계는 이번 정부 개편안이 강행될 경우 R&D 투자 위축은 물론 필수의약품의 생산 중단과 일자리 감소 등 산업 전반의 붕괴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추산에 따르면, 이번 약가 인하로 인한 손실액은 3조~3조6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계단식 약가 인하까지 더해지면 이중삼중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약가를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된다면 실질적으로 20%의 인하가 되는 상황이라, 어느 산업도 이 같은 충격을 견딜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금 창출원인 복제약 수익이 줄어들면 R&D와 설비투자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돈 없이는 신약 개발도, 기업 유지도 되지 않고 글로벌 강국으로 갈 수도 없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다. 신약의 상업화까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임상 기간이 길고 초기 매출이 제한적이며 개발 성공 확률도 낮아 투자 위축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는 13년 전 같은 이유로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약가 인하로 제네릭 중심 제약사의 매출은 26~51%까지 급감해 상당수 업체가 적자로 전환됐다. 실제 R&D 예산 삭감과 임상 중단, 구조조정,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 등의 부작용이 이어지기도 했다.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는 의도한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건강보험재정의 부담 완화’ 효과가 오히려 줄었고 장기적으로 전체 약품비 및 소비자 부담 증가, 건강보험 보장성 저하를 야기하기도 했다. KPBMA 정책보고서 ‘약가인하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로 소비자 약제비 부담은 되레 13.8% 증가했다. 제약기업들이 충격을 완화하고자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약품의 생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을 발표하면서 세계 5대 강국까지 끌어올린다는 비전을 내놨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서, 정작 생태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방향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목표인 제약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것과 국민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거리가 멀었다는 2012년을 되돌아봐야 한다.

강문규 중기벤처바이오부 부장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