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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 한달을 넘긴 가운데, 지난 28일(현지시간) ‘하늘의 눈’으로 불리는 3억달러(4500억원)짜리 미공군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AWACS)가 이란 미사일에 맞아 파괴됐다. 미군의 공중 핵심자산인 AWACS가 손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미군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있던 ‘E-3 센트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꼬리 부분이 완전히 절단된 모습. [AFP] |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가 동시에 막힌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만약 두 곳이 모두 봉쇄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들여올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마땅치 않습니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한 달가량 이어지며 국내 에너지업계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원유 및 나프타(납사)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에너지 물류망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친이란 무장세력인 예맨 후티 반군이 지난 28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 행동에 나섰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후티의 개입으로 홍해 항행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후티는 2023년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수십차례 공격한 바 있다.
▶대체 항로까지 막히나…정유업계 “사실상 대응 한계”=국내 정유사 중에선 에쓰오일 등이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경로로 홍해를 활용해왔다. 에쓰오일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는 최근 홍해에 인접한 사우디 중서부 얀부 석유 터미널에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에 원유를 실어 한국으로 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유사들 역시 홍해를 활용한 우회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홍해 리스크까지 현실화될 경우 대응 여력은 제한된다. 아프리카산 원유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경유하는 우회가 가능하지만, 사우디 등 중동산 원유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중동산 수입의존도는 70%에 달하며, 다변화가 비교적 잘 이뤄진 정유사 또한 도입하는 원유 과반이 중동산이다.
사우디산 원유는 홍해까지 막혔을 때 이론적으로는 수에즈 운하를 역방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고 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수에즈 운하 통과가 불가능하고, 통과 가능한 최대 선형인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을 활용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항로를 거꾸로 이용하는 등 복잡한 운송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해, 이를 전제로 한 대응 검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단 설명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가 동시에 막힌 전례가 없고, 과거에도 특정 해역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다른 항로로 우회가 가능했지만 두 곳이 동시에 차단될 경우 대응이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홍해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기존 20~25일 수준이던 운송 기간이 더 늘어나고, 선박 확보도 쉽지 않다”며 “운송 기간 증가에 따라 비용 부담이 커지고, 물류 차질로 수급 시차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루트가 있더라도 실제로 물량을 제때 확보해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업계에서는 단순한 우회 여부를 넘어 물류 시스템 전반의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기존 3~4주 단위로 들어오던 물량이 지연되면서 정유사 가동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할지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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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시차 두고 타격 확대 전망=나프타 수급난으로 비상 상태에 놓인 석유화학업계는 홍해까지 막힐 경우 시차를 두고 간접적인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해발 물류 차질이 원유 수급 불안과 유가 변동으로 이어지면, 향후 나프타 등 원료 가격을 거쳐 석유화학 제품 시장에 반영된다. 홍해 봉쇄가 곧바로 나프타 수급 악화로 이어지기보다는, 원유 가격 상승을 통해 원가 부담이 점진적으로 늘 것이란 설명이다.
한 석화업체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환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제품 가격에 바로 전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전쟁 사태가 길어질수록 업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화업계는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이미 초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이 당장 뚫려도 나프타 수급 정상화가 내달 말 이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에서 나프타를 적재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국내에 당도하기까지 3주 이상 걸리기 떄문이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2~3주 분량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도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3일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27일부터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나프타 수출은 금지되고 정부가 생산·배분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수출 통제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사가 생산한 나프타 중 수출 비중은 약 11%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원유 공급이 막히면 나프타 생산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석화 기업들도 각사 차원에서 비상 운영에 돌입했다.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재고를 집중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정기 보수를 앞당겼다. 다른 업체들 또한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재고 소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전 산업계 생산 차질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