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의대 연구팀, 고령화 시대 ‘건강수명’ 해법 찾았다

김억천 교수(왼쪽부터), 박소영 교수, 김재룡 교수.[영남대 제공]


[헤럴드경제(경산)=김병진 기자]영남대는 의과대학 박소영 교수(세노테라피 기반 대사질환 제어 연구센터장) 연구팀이 몸속에 쌓인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비만과 혈당 조절 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인간의 몸은 나이가 들거나 비만해지면 노화세포가 지방조직에 점점 쌓이게 된다. 이 세포들은 염증을 일으켜 주변 세포와 조직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살이 찌기 쉽고 혈당 조절도 어렵게 만든다.

연구팀은 혈액암 치료제로 알려진 ‘호모해링토닌(Homoharringtonine, 개비자 나무 유래 성분)’이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방조직의 노화세포를 줄여 염증을 완화하고 비만과 혈당조절 능력을 개선한다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을 이끈 박소영 교수는 “이 연구는 병의 증상만 줄이는 것이 아니다. 노화세포의 축적이 노화뿐만 아니라 비만 대사질환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며 ”이를 직접 제거하는 방식의 새로운 약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만과 당뇨병 같은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 성과를 밝혔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단순히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수명(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만, 당뇨병, 만성염증 질환 등은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가 노화 과정의 근본 원인 중 하나를 조절함으로써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성과는 경제적·산업적 측면에서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항노화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화를 직접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은 차세대 바이오 산업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이미 임상에서 사용 중인 약물의 새로운 기능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약물의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은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산업계에서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활용 범위 역시 넓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은 물론, 노화와 연관된 다양한 만성질환 연구에 적용될 수 있으며, 향후 노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정밀 치료제 개발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호모해링토닌의 노화 개선 효과를 근육 노화 분야로 확장해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노화현상인 근감소증(근육량·근력이 줄어드는 현상)에서의 작용 기전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이번 연구 과정에서 호모해링토닌이 세포 내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인 HSPA5를 억제한다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

HSPA5는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단백질로,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현재 HSPA5를 표적으로 하는 억제제 개발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차세대 노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건강하게 나이 드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후속 연구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선도연구센터 및 우수연구지원사업)과 경상북도 및 대구시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영남대 세노테라피 기반 대사질환 제어 연구센터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및 식키즈병원(The Hospital for Sick Children) 성훈기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성과는 자연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선공개됐으며 지난달 31일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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