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들에 “에너지난 장기화에 대비하라”

중동 전쟁 여파에 2022년 위기 대응책 재가동 검토…연료 수요 감축까지 압박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U 집행위원회]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동반 급등하자 유럽연합(EU)이 에너지 위기 대응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시행했던 비상 조치의 재도입까지 검토하며 회원국에 ‘장기전 대비’를 공식 요구했다.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31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 직후 “이번 위기가 얼마나 지속되고 얼마나 심각해질지 알 수 없는 만큼 2022년 위기 당시와 유사한 대응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당시 가스 가격 상한제, 에너지 기업 초과이익 과세, 가스 수요 감축 의무화 등 강도 높은 개입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에너지 공급 불안이 재연될 경우 시장 개입과 수요 통제 정책을 다시 병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에너지 시장 충격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설령 내일 평화가 오더라도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훼손된 만큼 여파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특히 운송 부문을 중심으로 연료 수요 감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항공유·경유 등 석유제품 수급 불안에 대비해 “자발적인 연료 소비 절감 조치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불필요한 차량 운행과 항공 이용을 줄이는 방식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조적으로 유럽의 에너지 취약성도 재확인되고 있다. EU는 항공유와 경유 수입의 40% 이상을 걸프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리스크가 곧바로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회원국 간 정책 공조를 통해 석유제품 이동 제한이나 생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조치는 자제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에너지발 물가 압력도 이미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유로존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잠정 집계되며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통화정책 경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EU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연료 수요 절감 조치를 발동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단계적으로 수요 통제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시행됐던 차량 운행 제한과 같은 강력한 조치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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