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데이터 기반 시비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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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양 한 농자재 센터에 요소 비료가 쌓여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중동 전쟁으로 비료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하자 정부가 가축분뇨 기반 퇴·액비 활용 확대에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비료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공급망 불안이 하반기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충남 논산계룡축협 가축분뇨자원화시설에서 ‘토양·수질 개선 TF’ 2차 회의를 열고 퇴·액비 생산시설 점검과 현장 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농산물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비료 가격 상승은 일정 시차를 두고 농산물 가격에 반영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공급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올해 비료 기준 가격은 t당 87만1000원으로 현재도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8일 기준 국내 요소(질소) 비료 물량은 완제품 3만3000t, 요소 원자재 재고 8만9000t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까지 농가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분량이다.
다만 중동 전쟁이 지속되면 하반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찬원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물환경 과장은 “요소비료의 주원료인 질소의 대부분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데, 중동 상황이 장기화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요소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화학비료 연간 사용량은 총 38만8464t으로, 이 중 요소비료가 22만98t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화학비료 대신 국내 가축분뇨를 자원화한 퇴·액비 활용을 확대해 농가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박 과장은 “한 해 약 5087만t 발생하는 가축분뇨 중 4303만t은 퇴·액비로 만들고 나머지는 정화와 에너지화하고 있다”며 “일부 성분별로 부족할 수는 있으나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가 화학비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제도적 걸림돌도 적지 않다. 가축분뇨는 비료관리법과 가축분뇨법 등 이중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살포 기준과 운반 요건 등이 활용 확대의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퇴·액비 전문가인 이병오 한바이오 대표는 “자원순환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법적 기준이 얽혀 있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며 “퇴·액비를 단순한 폐기물 처리 차원이 아닌 국가적 전략 자원으로 보고 관련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퇴·액비의 품질 편차를 줄이기 위해 액비 인증 체계 구축과 함께 토양 데이터 기반 정밀 시비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비 체계는 작물과 토양 상태에 맞춰 비료의 종류와 투입 시기, 양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성제훈 국립농업과학원장은 “퇴·액비 활성화의 핵심은 농민들이 화학비료처럼 믿고 쓸 수 있도록 품질을 표준화하는 연구에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액비 성분을 정밀 분석하고 자료화함으로써 작물별 최적의 시비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농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향후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퇴·액비 우선 살포 확대와 관련 지원사업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단기 수급은 안정적이지만 외부 변수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국산 퇴·액비 활용도를 높여 농가 경영 안정과 물가 부담 완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