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하청노조, 민주·한국노총 ‘각개 교섭’…노동위 첫 교섭단위 분리 인정

원청 사용자성 전제 첫 분리 판단…민주노총·한국노총 계열 각각 교섭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현장 교섭 구조 ‘다중 트랙’ 전환 신호


[한국노총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조합 간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는 노동위원회의 첫 판단이 나왔다. 원청 사용자성 확대에 이어 교섭 구조까지 다층화되면서 현장 노사관계가 본격적인 ‘복수 교섭 체제’로 전환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8일 포스코와 단체교섭을 추진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플랜트건설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 소속 하청 조합원들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서 ‘인정’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단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법률)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를 공식 인정한 사례다. 그간 정부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교섭은 분리하되, 하청 노조 내부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제시해왔다. 다만 직무, 상급단체, 소속 기업 특성 등이 다른 경우 노동위원회 판단으로 분리가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한국노총 금속노련이 먼저 포스코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가 별도 교섭단위를 구성하겠다며 분리 신청에 나섰다. 노동위는 이를 받아들여 각 노조가 독립된 교섭 주체로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판정을 수용할 경우, 각 교섭단위별로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진행하고 추가 참여 노조를 모집한 뒤 교섭단위를 확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동일 원청을 상대로 복수의 하청 노조가 각각 교섭에 나서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번 판정은 교섭단위 분리 자체를 넘어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 전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섭단위를 나눈다는 것은 해당 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당사자 적격’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원청이 사용자로 판단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구조다.

다만 실제 교섭 범위는 제한적이다. 노동위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행사하는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확인되는 영역에 한해 교섭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요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 판단을 계기로 교섭 방식과 범위를 둘러싼 추가 분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인정이 확산될 경우 원청의 교섭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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