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같은 사회초년생 전세보증금 52억을 가로챘다…조직적 ‘깡통전세’ 일당 검거 [세상&]

건축주·분양브로커·바지 임대인 합세에 조직적 범죄
피해자 22명 중 대부분이 사회초년생 52억 편취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피의자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도주했지만 경찰은 미행과 추적을 통해 일당을 검거했다. [서울청 제공]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서울 신축 오피스텔 공실을 이용한 ‘깡통 전세’ 수법으로 5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건축주와 분양 브로커 등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전세계약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으로 범죄를 벌였다. 바지임대인은 전세계약서를 월세 계약서로 바꿔 대부업체에서 돈까지 빌리는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바지임대인인 60대 여성 A씨를 구속 송치하고 범행에 가담한 일당 총 49명을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2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건축주와 분양 브로커, 바지임대인 등이 공모해 분양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범행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집값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설정해 이른바 ‘깡통전세’ 구조를 만든 뒤 세입자를 모집하고 동시에 명의를 넘길 ‘바지 임대인’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범행은 전세계약과 집주인 변경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피해자를 속이고 계약 직후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집주인이 바뀌면서 사실상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구조였다.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범죄에 가담해 초과 수수료를 받기 위해 가족 명의 계좌를 사용하거나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대여해 줬다.

보증금이 들어오면 건당 1000만~6000만원의 뒷거래가 이뤄지고 세입자를 데려온 부동산과 분양 브로커, 무자본 갭투자자 등이 이를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역할을 나눠 계획적으로 진행된 조직형 전세사기라고 보고 있다.

분양업체는 상환 능력이 없는 바지 임대인을 알선해 대량 분양을 성사시키고 건당 2400만에서 36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건축주 역시 이를 알면서도 고액 수수료를 지급했고 바지 임대인들은 변제 능력이 없으면서도 수당을 받기 위해 대량 계약에 가담했다.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도 세입자를 모집하며 법정 수수료의 최대 10~15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바지임대인 60대 여성 A씨 등 30명을 먼저 송치하고 지난 3월 30일 중개보조원 등 19명을 추가 검거했다. [서울청 제공]


경찰은 약 1년 7개월간 수사를 벌여 피의자 대부분을 검거했고 도주 피의자를 숨겨준 지명수배자까지 추적해 붙잡았다. 피의자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도주했지만 경찰은 미행과 추적을 통해 일당을 검거했다.

수사는 2024년 8월 국토교통부의 수사의뢰로 시작돼 같은 해 11월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바지임대인 A씨 등 30명을 먼저 송치하고 지난 3월 30일 중개보조원 등 19명을 추가 검거했다.

특히 구속된 A씨는 전세계약서를 월세계약서로 위조해 대부업자 등에게 제시하고 1억 3000만원을 추가로 가로챘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초년생을 노린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전세 계약 과정에서 집주인이 바뀌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계약과 동시에 집주인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 계약을 이어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등을 요구할 수 있다”며 “피해를 입었다면 지체하지 말고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