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편집·왜곡…사실 아니다” 반박 입장내기도
제보자 A씨 “김 회장, 부당 지시·무고·명예훼손”
법원 “김 회장, 불법 비자금 조성 지시…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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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한글과컴퓨터 제공]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회사 소유 가상화폐로 9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이 해당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CSO(디지털 금융 사업 총괄 이사)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신미진 판사는 A씨가 김 회장, 한글과컴퓨터 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달 27일 A씨 측 승소로 판결했다. 의혹 제기 당시 한컴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 입장을 내며 A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시간은 지난 202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상철 한컴 그룹 회장이 가상화폐를 활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아로와나토큰’이란 가상화폐가 상장 30분 만에 가격이 1000배 넘게 뛰었는데 이를 발행한 아로와나테크란 업체의 실소유주가 김 회장이란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당시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회장은 “아로와나 소유가 나다. 이렇게 이면계약이 돼 있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한컴)와 전혀 연관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취록엔 김 회장이 A씨에게 “비자금을 만들어서 500만개씩, 10명에게 줘서 돈을 만드는 방법도 상의해”라고 지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한컴 측은 “녹취록은 제보자(A씨)가 편집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컴은 A씨를 공갈미수 범죄에 대해 고소했다”고 반박 입장문을 밝혔다.
A씨의 공갈미수 혐의는 지난 2022년 9월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왔다. 한컴 측이 항고·재정신청 등을 통해 불복 절차를 밟았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A씨가 지난 2024년 9월, 김 회장·한컴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김 회장이 직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비자금 조성이란 불법적인 업무를 지시했다”며 “자신을 공갈미수로 고소하는 등 무고했을 뿐 아니라 입장문을 밝히며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 측은 “당시 통화에서 말한 ‘비자금’은 부정한 목적의 자금이 아니라 사업비로 활용할 수 있는 ‘비상금’을 의미한다”며 “비자금 조성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장으로서 장기간 사업을 경영한 김 회장이 비상금을 비자금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 회장이 A씨에게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게 경험칙상 인정된다”며 “김 회장의 지위, 불법행위의 내용, 둘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를 5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무고·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컴닷컴의 고소가 권리 남용이라고 인정될 수 있을 정도의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하긴 부족하다”며 “A씨가 공익 제보를 하기 전, 한컴 측에 ‘코인을 지급하면 제보를 번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입장문엔 A씨의 실명 등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지 않다”며 “명예훼손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직 이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김 회장 측에서 항소해 2심이 열리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4월, 김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김 회장이 아로와나토큰 비자금 조성 전반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소유한 아로와나토큰을 사업상 필요한 것처럼 위장해 매각한 뒤 95억원대 가상자산을 아들 명의로 이전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아들 김씨는 부친 김 회장보다 먼저 재판받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지난해 1월 상고를 취하해 판결이 확정됐다. 김 회장 측은 지난달 26일 열린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자신의 1심 재판에서 “아들의 비자금 유용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