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바젤식 ‘고집적·전주기’ 생태계 벤치마킹
삼성·SK 등 민간 위원 합류…현장형 규제 혁파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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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위원회의 비전 및 운영 방향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범정부 바이오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송도와 오송, 안동 등 전국에 산재한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묶는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K-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에 나선다.
그간 각 부처와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육성해 온 분절적 구조를 타파하고, 대한민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바이오 혁신 거점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출범식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위원회는 기존의 심의 기능을 넘어 주요 정책과 사업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결정하는 범정부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김경아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장,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등 산업계 거물급 인사들이 민간 위원으로 대거 합류해 민관 협력의 실행력을 높였다.
현재 국내에는 1999년 춘천을 시작으로 송도(제조), 오송(R&D·행정), 안동(백신) 등 전국 20개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산·학·연·병과 투자 기능이 한곳에 집적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시너지 창출에 한계를 보여왔다.
실제로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 내 기업 밀집도가 낮고, 임상 연구가 가능한 병원과의 연계가 부족해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가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통합 컨트롤타워 없이, 각 부처와 지자체가 개별 법령과 사업에 따라 경쟁적으로 육성하면서 협업에 어려움이 컸다. 입주 클러스터에 따른 지원 격차, 기준·양식 차이에 따른 행정비용, 연구데이터·장비 공유의 어려움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위원회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을 글로벌 수준의 ‘허브 클러스터’와 권역별 ‘거점 클러스터’로 구분하고, 이를 방사형 그물망 형태로 연결하는 ‘K-바이오 클러스터’ 비전을 제시했다.
핵심은 송도의 제조 역량, 오송의 연구 인프라, 안동의 백신 생산 거점 등을 유기적으로 잇는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30년까지 ‘바이오 클러스터 정보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전국 어디서든 연구 장비와 시설, 컨설팅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정부가 롤모델로 삼은 미국 보스턴과 스위스 바젤 클러스터는 ‘집적’과 ‘협력’이 성공의 핵심 동력이었다.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는 대학 창업을 축으로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기업과 하버드·MIT 등 대학,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이 동일 공간에 밀집해 있다. 매사추세츠 주는 이미 2008년에 10억달러를 투입해 인력 양성과 장비를 지원했으며, 캠브리지 시는 1977년에 유전자 재조합 연구 규제 특례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혁신의 토양을 닦았다.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의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AI를 활용해 암 표적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단 18개월 만에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통상적으로 후보물질 발굴에만 3~6년 소요되던 것을 AI 혁신을 통해 1~2년으로 대폭 단축한 것이다.
스위스 바젤 클러스터는 노바티스,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바젤 시는 법인세율을 13%로 낮추고 R&D 추가 공제 시 11%까지 인하하는 파격적인 조세 혜택을 제공해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했다. 이곳에서는 빅파마 출신 인력이 창업하고 성장한 뒤 다시 빅파마와 파트너링을 맺는 ‘인재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있으며, 바이오 제약 산업이 지역 총생산(GRDP)의 24%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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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
정부는 클러스터 혁신과 더불어 산업 현장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합리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혁신 친화적 규제 재설계(Standard), 신속 시장진입 지원(Speed), 가치 기반 평가(Value), 규제서비스 기관으로의 전환(Service) 등 이른바 ‘3S1V’ 전략을 바탕으로 24개 과제를 추진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오가노이드 등 동물대체시험법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연구를 실시해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AI 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비급여 개선 및 건강보험 정식 등재 방안을 2026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희귀질환 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간소화해 기존 최대 240일이 소요되던 기간을 100일 이내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김민석 총리는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출범은 국가 바이오 정책 추진 체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위원회는 범정부 역량을 하나로 모아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