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가격지표 적극 활용 강조
취임사에서 ‘금융안정’ 최다 언급
CBDC·예금토큰 디지털 혁신 의지
전임 총재 ‘구조개혁’ 계승 ‘싱크탱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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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취임 첫날 “금융안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틀만으로는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28대 한은 총재로 부임한 신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20세기초 대공황과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며 중앙은행은 물가와 성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거시경제 운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안정이 중요한 책무로 더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신 총재는 “오늘날 금융시장은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부문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으며, 자산시장과도 긴밀히 연결되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며 신임 한은 총재로서 금융안정을 위한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기존의 건전성지표와 함께 시장 가격지표의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은행 부문의 확대, 시장 간 연계성 강화를 고려해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정보접근성을 제고하고 금융기관의 부외거래, 비전통 금융상품 등으로 분석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유관기관과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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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이날 취임식에서 신 총재가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도 ‘금융안정’이었다. 금융안정 단어가 5번 언급돼 물가(4번)·외환(3번)에 앞섰다. 반면 통화정책 핵심인 ‘금리’는 등장하지 않아 신 총재의 신중함이 엿보였다. 한은의 체질 개선을 위한 디지털(4번)과 AI(2번)도 강조됐다. 신 총재는 금융 안정과 거시 건전성 분야의 석학으로도 통한다. 신 총재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 관련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충격으로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만큼,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하듯 시장에선 신 총재를 ‘실용주의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신 총재가 한은 역할의 확대를 주문한 것은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관세정책으로 촉발된 통상 갈등이 무역구조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고, 중동지역 긴장은 다시 한 번 에너지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AI 기술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경제성장과 생산성, 노동시장 등 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적으로도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심화,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세계경제의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책 수단 재점검과 정부와의 정책 공조,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정책 유효성을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통화제도 측면에선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원화 거래 인프라를 개선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활용도를 높여 디지털 금융환경에도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근무 당시 중앙은행의 신뢰를 토대로 한 토큰화된 화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신 총재는 “원화 국제화와 지급결제 혁신, 거시건전성 체계를 ‘삼각 축’을 이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과제에서도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이창용 전 총재가 강조해 온 구조적 문제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신 총재는 “경제구조가 달라지면서 경제현실과 경제주체들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커질 경우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구조적 요인은 통화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통화정책 운영의 중요한 일부”라고 말했다.
한편, 신 총재는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증은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으로 앞으로는 총재로서의 임무 수행을 통해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