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무대’선 포스코 싱크탱크 수장 “제조업, 구조적 비용 상승 국면”

탈세계화·탈탄소·AI ‘3중 파고’
비용 상승 압력 불가피
“산업·거시 정책 조합 필요”


22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IGE) 국제 컨퍼런스에서 임지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포스코그룹의 정책·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장이 취임 후 첫 공식 무대에 올라 탈세계화·탈탄소·디지털 전환이 맞물리며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내다봤다.

임지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IGE) 국제 컨퍼런스에서 “지정학적 긴장, 탈세계화, 탈탄소,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환경 변화는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인 동시에 생산비용 상승과 규제 불확실성을 동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취임한 임 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거시경제 전문가로,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약 30년간 글로벌 금융·경제 분석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연구원 최초의 여성 원장이자 두 번째 외부 출신 원장이기도 하다.

“더 싸게 생산하던 시대 끝났다”…공급망 재편의 대가


임 원장은 가장 큰 구조 변화로 탈세계화(디글로벌라이제이션)를 꼽았다. 과거 글로벌 공급망이 ‘더 싼 곳’을 찾아 이동했다면, 이제는 ‘더 안전한 곳’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생산기지 재편은 단순한 전략 변화가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 상승 요인”이라며 “과거 글로벌화가 비용 절감의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구조적으로 비용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기업들은 리쇼어링(국내 복귀),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중심 공급망) 등으로 생산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물류·인건비·투자비 증가로 이어지며 제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탈탄소·AI까지 겹쳐…“비용 상승은 구조적”


탄소중립 역시 제조업에는 피할 수 없는 비용 변수다. 임 원장은 “탈탄소 전환은 명백한 비용 상승 요인”이라며 “특히 철강과 같은 금속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탈탄소를 위한 설비 투자, 에너지 전환 비용, 탄소 규제 대응 비용은 장기적으로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든다. 그는 “누적으로 보면 산업 전반에 상당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중심 디지털 전환도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임 원장은 “디지털 전환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초기 투자와 인프라 구축 비용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만 웃는다”…산업 양극화 심화


임 원장은 산업 간 격차 확대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AI 수요 증가로 반도체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다른 산업은 정체되거나 위축되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산업만 성장하고 나머지는 정체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격차가 고착화될 경우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 수출에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성장세가 제한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산업 구조 재편의 불균형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인플레·부채·금융불안까지…“리스크는 복합적”


거시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 부채 증가, 금융시장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는 ‘복합 리스크’도 경고했다.

임 원장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부채 의존 심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구조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 간 격차 역시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변동이 맞물릴 경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형 충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임 원장은 이러한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 정책과 거시경제 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산업정책과 함께 재정·통화 정책을 적절히 조합하는 데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경기 대응을 넘어 공급망·에너지·기술 전환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특히 철강과 같은 기초 제조업이 에너지·원자재·탄소 규제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핵심 산업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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