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년간 유럽서 쌓은 히트펌프 기술 앞세워 국내 난방 시장 진출

2008년 유럽서 시작…이탈리아·영국서 인기
국내에도 출시…양평·남해·충주서 사전 테스트
실외기 하나로 냉난방 가능한 ‘올인원’도 출시 예고
삼성물산과 국내 고층 아파트 적용 설루션 연구


송병하 삼성전자 DA사업부 그룹장이 29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히트펌프 기술 미디어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정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삼성전자가 히트펌프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난방 전기화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29일 밝혔다. 히트펌프 난방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유럽 히트펌프 보일러 사업을 전개해왔다.

최근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518만톤 감축을 목표로 히트펌프 보일러 보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사업에도 힘이 실렸다. 기존 가스 보일러 대비 난방 에너지 효율이 5배 가량 높은 게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히트펌프 기술 미디어 브리핑에서 히트펌프 국내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20일 국내 출시한 가정용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은 고효율 냉매 압축 기술과 결빙 방지 기술을 갖췄다. 영하 25도 극저온 환경에서 동작이 가능하며 영하 15도 조건에서 최대 70도의 고온수를 공급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계기로 히트펌프 보일러 확산이 전망되면서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키운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목표에 따라 2035년까지 히트펌프 보일러 3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518만톤을 감축하려 한다.

이날 발표에 나선 송병하 삼성전자 DA사업부 그룹장은 “국내 시장에서는 단순 점유율 목표치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겠다”며 “긍정적인 소비자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 제품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만 144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설치비의 최대 70%를 보조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분석에 따르면 설치비는 최대 1400만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소비자는 약 400만원만 지출하면 히트펌프 보일러로 교체할 수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소비자 신청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기열 히트펌프 기반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삼성전자 제공]


국내에선 이제 도입 단계이지만 삼성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 히트펌프 보일러 사업을 펼쳐왔다. 지금은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B2B 거래처를 중심으로 우호적 시장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은 전세계 히트펌프 보일러 시장 매출 5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선제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히트펌프가 활성화됐다. 특히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계기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송 그룹장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보내는 가스를 조절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며 “탄소중립 이행과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EU가 공격적으로 보급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히트펌프 보일러는 탄소 저감은 물론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가스 보일러 대비 5배 이상 강점을 지닌다. 히트펌프는 외부 열에너지를 흡수해 내부 열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전환 설루션으로 외부 공기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 투입만으로 높은 열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송 그룹장은 “가스 보일러의 경우 1kW 가스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하면 0.9kW로 감소하나 히트펌프 보일러는 1Kw 전기만으로도 4.9Kw에 달하는 열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에서 실증 테스트 결과도 확보하고 있다. 북부 냉대기후 속에서 제품을 실험하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과 룰레오에서 산학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일본 아사히카와에 위치한 삼성 HVAC 테스트랩에서 혹한·강설 환경에 대한 검증도 했다. 국내 출시 전에는 양평·남해·충주에서 사전 테스트도 마쳤다.

송 그룹장은 “양평에서 영하 15도 이하 온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테스트를 실시했다”며 “보일러처럼 켜고 끄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는 반응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가스비·전기비 관련 변수는 있지만 난방비가 전과 비교해 50% 가량 줄었다는 실사용 피드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국내에 출시한 제품은 유럽에서 선보인 네 가지 히트펌프 보일러 제품 중 하나인 모노(MONO)다. 국내 출시 제품은 실외기가 물을 데워 실내로 보내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유럽에선 실외기 하나로 동시 냉난방이 가능한 제품까지 나왔다.

그는 “뜨거운 물을 만드는 중에도 냉방이 가능한 제품을 지난 3월 유럽에서 출시했다”며 “유럽에서도 거래선 반응이 양호한 만큼 향후 한국 소비자에게도 소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히트펌프 보일러 기술은 단독주택에 최적화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주된 주거 환경인 아파트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 송 그룹장은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함께 고층 환경에서도 하중을 견디고 전력량을 촤적화 할 수 있는 설루션을 연구하고 있고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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