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發 의료기기 공급난
“이대로면 5월에 주사기 동난다”
일선 동물병원 수급난에 전전긍긍
정부, 사재기 행위 엄정단속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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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바깥 활동이 많은 봄철을 맞아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광견병 예방접종을 실시하고자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주사기 수급난에 접종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5월 중순이면 주사기가 완전히 동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지난달 29일 기자와 만난 서울 중랑구 태능동물병원 김재영 원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김 원장은 배뇨곤란을 겪는 고양이 ‘환묘’를 대상으로 응급수술을 하고 있었다. 수술 과정에서 주사기 6개를 썼다. 이 병원에선 월평균 700개 주사기를 소비한다.
김 원장은 “기존 거래하던 도매상으로부터 공급을 받지 못해 온라인에서 한박스에 6000원 하던 제품을 1만10000원에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의약품, 의료기기 등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일선 병원 뿐 아니라 동물병원도 비상등이 켜졌다. 마취·진통 처치와 항생제 투여 등 동물 진료에 필수적인 의료 소모품이지만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수의사들의 부담이 불어나는 것.
특히 야생동물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를 앞두고 광견병 예방접종이 진행 중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주사기 부족으로 접종 일정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다. 주사기를 비롯한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온라인 판매처에는 일부 물품이 품절 상태다.
서울 도봉구의 한 동물병원 원장은 “대한수의사협회와 서울수의사협회가 발 빠르게 움직여 주사기 수급문제 안정을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어제만 해도 50cc짜리 주사기를 다섯 박스 주문했는데 두 박스 밖에 (배송이) 안 될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며 “수액 세트도 기존 쓰던 제품이 동이 나 대체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침이 없는 주사기만 주문해서 바늘을 따로 연결해 쓰는 경우도 있다”며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못 받게 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약물 사용빈도를 더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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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서울 중랑구 태능동물병원에서 김재영 원장이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김도윤 기자. |
주사기 수급 문제는 봄철 광견병 예방접종 시기에도 영향을 줬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까지 반려견·반려묘를 대상으로 광견병 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사기 수급난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도봉구, 영등포구, 서초구, 서대문구 등은 예방접종 기간을 6월 30일까지 연장했다.
전문가들은 주사기 수급난이 공중보건 향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경 없는 수의사회 김재영 대표는 “인수공통전염병인 광견병은 온혈동물은 쉽게 걸릴 수 있고 사람 역시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할퀸 상처를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질환”이라며 “국가 차원의 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된다면 주사기와 같은 필수 의료 소모품도 함께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지역 공중보건을 향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에도 주사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일선 병원, 동물병원의 호소가 올라오고 있다.
29일 텍스트 기반 SNS인 스레드(Threads)에는 “강아지 피하수액을 맞아야 하는데 주사기를 구할 수 없다”, “동물병원들도 비축해 둔 주사기가 바닥나기 시작한다”, “고양이에게 쓸 주사기가 몇일치 밖에 안 남아서 막막하다” 같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선 상태. 재정경제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4일 자정부터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발령했다. 또 각 생산업체들의 주사기 생산 확대를 독려하면서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 행위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 와중에 당국은 주사기 등을 사재기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을 추려 혐의가 확인된 판매업체 4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청은 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전남경찰청에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식약처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유통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