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격 아니다”던 이란…‘나무호 외부공격’ 결론에 압박 커질듯

‘미상 비행체 타격’ 정부 조사결과에
국영방송 공격 인정속 이란입장 주목


우리 외교부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나무호’ 화재 사건이 미상 비행체의 외부 타격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큰 사진은 정부현장조사단이 기록한 나무호 선체 하단에 폭 5m·깊이 7m의 파공이 나 있는 모습. [외교부 제공]


HMM이 공개한 나무호 모습. 빨간 원이 피격된 부분. [연합]


우리 정부가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HMM 화물선 나무호 폭발·화재 원인에 대해 ‘미상 비행체의 타격’이라고 공식 결론을 내림에 따라, 이란이 이번 조사 결과로 인해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란은 그간 나무호 폭발·화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란은 이번 사건과 연관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사고 이틀 뒤인 지난 6일 첫 공식 입장을 통해 이를 정면 반박했다. 당시 주한이란대사관은 성명에서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입은 피해와 관련된 사건에 이란 공화국의 군이 개입했다는 모든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외무부가 아닌 대사관이 성명 주체였다는 점에서 무게감은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란 국영매체 프레스TV는 주한이란대사관이 발표한 같은날 ‘전략분석 데스크’ 칼럼을 통해 “이란이 새로 정의한 해상 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 1척을 겨냥한 건 이란이 물리적 행동으로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라며 나무호 공격을 인정한 듯한 언급을 내놓았다. 이 칼럼에서 한국 선박을 겨냥한 ‘물리적 행동’의 주체로 자국군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주한이란대사관의 ‘군 개입설 부인’과는 완전히 대치됐다.

이후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마즐리스)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은 7일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의 화상 면담에서 “이란군은 공격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한국 선박을 공격했다면 정부나 군이 이를 숨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당시 아지지 위원장은 “이란 언론사의 보도는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이란군의 나무호 공격설은) 사실이 아니다, 믿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8일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전한 아지지 위원장과 김 의원의 통화 관련 보도에는 “(아지지 위원장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현명한 조치”라고 평가했을 뿐 나무호 관련 언급은 담기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이란 당국이 일주일 가까운 시간 동안 나무호 사고 책임에 대해 엇갈리는 언급과 정황을 반복한 것이다.

나무호 사건에 앞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전쟁을 시작한 지난 2달여간 중동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은 여러차례 발생했다. 특히 이란은 서방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인 튀르키예에도 여러 번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당시 튀르키예 국방부와 나토는 매번 ‘이란에서 튀르키예로 날아온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분명하게 짚었지만 이란은 그때마다 미사일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완강하게 부인하는 일을 되풀이했다. 앞서 외교부 박일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 5월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나무호의)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되었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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