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줄테니 도면 달라…현대케피코 ‘하도급법 위반’ 고발건 안양지청이 수사 [세상&]

중기부, 공정위에 고발 요청…공정위, 검찰 고발
수급 사업자에 기술자료 부당하게 요구한 혐의 등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검찰청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요청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대케피코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넘겼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검찰이 수급 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기술자료를 요구한 혐의 등으로 현대케피코를 수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요청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고발 사건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고발 요청이 늘어나면서 하도급법 위반 사건 수사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부장 유지연)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케피코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중심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10월 현대케피코가 3개 수급 사업자에게 자동차 부품 제조용 금형을 위탁하면서 부당하게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으며, 금형 도면을 제공받으면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내용을 적발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도급법상 원사업자는 수급 사업자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요구할 수 있으나 요구 목적 등을 수급 사업자와 미리 협의해 정한 후 내용을 적은 서면을 해당 수급 사업자에게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중기부는 현대케피코가 2018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한 수급 사업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금형 도면 4건을 요구하고, 2017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해당 수급 사업자에게 금형 도면 24건을 요구하면서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고 봤다.

중기부는 또 2022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해당 수급 사업자에게 금형 도면 6건을 받으면서 비밀 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른 수급 사업자가 베트남 현지 동반 진출 제안을 거절하자 별도 협의 없이 현지 공급 업체에 기술자료 5건을 제공했다고도 봤다.

2019년 9월~2022년 11월 3개 수급 사업자와 19건 금형 제작 계약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수급 사업자에게만 일방적으로 비밀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약도 설정했다는 것이 중기부 판단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하도급법 위반을 위반했다며 현대케피코에 재발 방지 명령과 4억7400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중기부는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 2014년 1월 시행된 의무고발요청 제도에 따라 중기부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6개 법률 사건에 대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현행 제도상 이 6가지 법률 위반 사건의 경우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이 부여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현판. 중기부


공정위 고발을 접수한 대검찰청은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했다. 검찰은 현대케피코 본사가 경기 군포에 있는 점을 고려해 관할인 안양지청에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지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중기부의 고발 요청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욱 활발해진 모습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 시절 중기부는 총 7건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하도급법 위반으로 ▷대우조선해양(2022년 9월) ▷지에스리테일(2023년 1월) ▷다인건설(2023년 12월) ▷삼성중공업(2024년 5월) ▷에몬스가구(2024년 12월)에 대해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2023년 12월)에 대해,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 위반으로 ▷제일사료(2024년 5월)에 대해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론 불과 8개월 사이 7건이 요청됐다. 중기부는 지난 2월 기준 하도급법 위반으로 ▷현대케피코(2025년 7월, 2025년 10월) ▷두원공조(2025년 10월) ▷인팩, 인팩이피엠(2026년 1월)에 대해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는 ▷교촌에프엔비(2025년 7월) ▷여기어때컴퍼니(2026년 1월) ▷야놀자(2026년 1월) 등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최근 국민 300명 이상이나 사업자 30곳 이상에 고발권을 부여하고 고발요청권을 사실상 모든 국가기관에 확대 부여하는 개편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의무고발요청 제도가 공정위 전속고발 제도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의무고발요청 제도로 공정위만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기관의 고발로 자칫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고등법원 공정거래전담재판부 근무 경력이 있는 이화용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의무고발요청 제도가) 전속고발을 보완하는 점에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단점은 (고발 요청 주체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는 (수사·재판 대상이 되는 점에서) 경영상 불확실성이 많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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