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메리츠화재·KB손보 등이 실적 선도
본업·투자 수익 확대에 기업 여신 여력 증가
SPC 프로젝트금융에 중기 중심 포트폴리오
![]() |
| 새 회계제도(IFRS17) 안착으로 자본 체력이 두둑해진 손해보험사들이 기업 여신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50조원 가까이 키우면서 은행 외 또다른 자금 통로가 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손해보험사 중소기업 대출이 5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은행 외에도 손보업계가 또 하나의 자금 통로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손보업계 중소기업 대출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4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44조6000억원)과 비교해 4조1000억원(9.1%) 늘어난 수치다. 손보사 중기대출은 지난 2015년 14조원대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상향해 10년 만에 3.4배가 됐고, 연간 증가폭도 2024년 2조원대에서 지난해 4조원대로 커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도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6조원을 기록했고, 손보사의 기업 여신 전체 규모는 64조7000억원까지 커졌다. 최근 가계대출이 21조~22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기업 쪽 여신은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자본 여력이 큰 메리츠화재(+11조6000억원)와 DB손해보험(+7조9000억원), KB손해보험(+3조원) 등 대형사가 이끌었다.
보험사의 기업 여신은 은행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보험사는 통상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기보다, 특정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기업 여신을 공급한다. 발전소나 도로, 부동산 개발 같은 사업에 SPC를 거쳐 자금을 넣는 식이다. 투자 대상이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를 정해놓고 접근한다기보다, SPC가 어떤 사업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차주 분류가 갈리는 구조다. 이때 SPC를 통한 투자가 중소기업 위주로 짜이다 보니 중기대출로 분류되는 몫이 커진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이 구조에 들어가지만, 과거처럼 PF에 쏠려 있지는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금을 댈 여력이 커진 점도 맞물렸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판매에 따른 미래 수익(CSM)이 핵심 자본 여력으로 자리 잡았다. 손보업계가 본업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며 두둑한 체력을 비축한 것이 기업 여신을 넓힐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장기보험 수입보험료(73조원)는 전년 대비 7% 늘었고, 자기자본(66조3000억원)도 10.4% 늘어나는 등 자금 운용의 보폭이 한층 커진 결과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수익률과 회수 가능성을 토대로 자금을 운용하다 보니 기업 여신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업계는 반대로 안전자산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생보사는 보험 부채의 만기가 수십 년에 이를 만큼 길다. 자본 건전성 규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자산과 부채의 만기가 어긋날수록 금리가 움직일 때 자본이 크게 흔들리는 점을 위험으로 잡아내는데, 부채 만기가 긴 생보사는 자산 만기도 그에 맞춰 길게 늘려야 이 변동을 줄일 수 있다. 만기가 짧고 들쭉날쭉한 기업대출보다 초장기 국공채를 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던 방식에서 펀드 등을 통한 간접 투자로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난다. 이에 생보사 중기대출은 2023년 49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8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