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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식 취임 선서를 하면서 막이 열린 ‘워시의 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험난한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제시해 왔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재확산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두 목표 모두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최근 두 달간 미국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 신중론이 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은 가파른데 고용시장은 안정세를 보여, 금리 인하는 그 필요성이 더욱 낮아졌다.
워시 의장의 또 다른 목표인 대차대조표 축소도 실행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야 하는 민감한 작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연준 내부의 반발을 다독여가며 진행해야 한다. 시장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시를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을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시기’의 문제였다.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거세진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했고, 이후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지난해부터 인하 기조로 접어들었다. 상당수 위원은 몇 차례 추가 인하를 거치면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당시 워시의 금리 인하 주장도 연준의 주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물가 상승 압력도 다시 커졌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로, 연준 목표치의 두 배에 달했다.
올해 초만 해도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이런 기대는 사라졌다. 현재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 위원들은 연 4차례 금리 전망치를 공개한다. 지난 3월 기준 위원들의 중간 전망치는 올해 한 차례, 내년에 마지막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수준이었다. 연준은 다음 달 회의에서 새로운 금리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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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부다비 국영 석유공사(ADNOC)의 기업 이미지를 배경으로 오일 펌프잭 모형이 비춰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로 중동 지역에서의 석유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로이터] |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며 ‘작은 연준’을 지향한 워시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연준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전폭적인 양적 완화로 돌아섰다. 벤 버냉키 의장 시절, 연준은 ‘헬리콥터 머니’라 할 정도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국채부터 주택저당증권(MBS)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채권을 사들이며 시중에 돈을 풀었다. 그 결과 금융위기 전 9000억달러 수준이었던 연준의 대차대조표(자산 규모)는 4조5000억달러 수준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후 제롬 파월 의장 임기 시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다시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팬데믹 전 약 4조1000억 달러 수준이던 연준의 자산은 단 2년여 만에 거의 9조달러(약 1경2000조원)까지 늘었다. 이후 양적 긴축으로 돌아서, 현재는 연준의 자산 규모가 약 6조7000억달러다.
워시는 과거 연준 이사였던 시절(2006~2011)부터 연준의 양적 완화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강경 매파’로 분류된다.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고,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문제는 연준 자산 축소가 단순히 보유 채권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준 자산에는 이에 상응하는 부채가 존재하며, 이는 금융시스템 유동성과 연결된다.
연준의 주요 부채 가운데 재무부 예금과 현금 통화량은 사실상 연준이 직접 줄이기 어렵다. 또 최근 수년간 2조달러를 웃돌았던 초단기 환매조건부채권(RP) 프로그램 규모도 이미 이전 대차대조표 축소 과정에서 거의 소진됐다.
결국 남는 핵심 변수는 은행 지급준비금이다. 지급준비금은 은행 간 거래에 사용되는 중앙은행 화폐 성격의 자금으로, 연준은 이 공급량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전략 역시 지급준비금 규모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지급준비금이 점진적으로 감소하자 채권시장의 불안이 급격히 켜졌고, 결국 연준은 다시 준비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수정했다. 금융시장이 연준의 시장 안정 개입 없이는 쉽게 불안해지는 구조가 됐다. 섣불리 대차대조표 축소를 진행하려다 보면 시장의 불안이 커져 ‘시장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워시의 ‘작은 연준’ 구상에 대한 우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