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철학 담은 ‘시니어AI’ 화보 제작
“오래 입을수록 가치” 2030 겨냥 마케팅
AI 적극 활용하는 패션계…“차별화 노력”
![]() |
| 송채영(28) 세정 웰메이드 마케팅팀 사원이 21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웰메이드의 여성복 브랜드 ‘데일리스트’ 앞에 서 있는 송 사원. [세정 제공]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영국 런던의 한 건축사무소, 중년 남성이 책상 앞에 선 채로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그는 유행을 좇지 않는 인물이다. 종이책을 읽고, 미술관을 찾고, LP를 즐겨 듣는다. 이마의 주름과 굳게 다문 입술, 다부진 턱에서 고집스러운 성격이 드러난다. 올해로 52주년을 맞은 세정 웰메이드의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의 새 얼굴 ‘리차드 무어’를 알리는 캠페인 영상이다.
50대 건축가 무어가 특별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모델이기 때문이다. AI 화보를 속속 도입하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니어’ AI 모델을 브랜드 페르소나로 내세웠다.
“단순히 나이 든 모델이 아니라 ‘멋진 시니어’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려 보이려고 노력하는 중년 브랜드가 되기보다, 정면 돌파하는 게 브랜딩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캠페인을 기획·제작한 송채영(28) 마케터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세정 사옥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송 사원은 지난 2024년 3월 마케팅팀에 합류한 3년차 사원이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나노바나나·힉스필드 등 각종 AI 프로그램을 독학하며 리차드 무어를 탄생시켰다.
그는 “요즘은 일반인들도 쉽게 AI 화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제가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챗GPT에 물어보면서 맨땅에 헤딩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보니, 매번 똑같은 얼굴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원하는 분위기와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1000번 이상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했다.
![]() |
| 지난 4월 공개된 세정 웰메이드의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의 AI 화보 캠페인. 모델인 리차드 무어는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50대 건축가로, 인디안의 브랜드 정체성을 녹인 AI 가상인물이다. [세정 제공] |
특히 완벽한 인물이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인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나의 혼을 제품에 싣는다’는 창업주의 장인정신 철학을 이목구비에 녹여냈다. 송 사원은 “고집 있는 중년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광대가 더 나오고, 턱도 다부지게 하는 등 관상학적으로도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예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다른 AI 화보와 차별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기획 단계부터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인물의 키와 몸무게를 178㎝·78㎏으로 설정했고, 명령어에 ‘현실감 있는 시니어의 핏을 구현해 달라’는 내용을 넣었다. 무엇보다 전 연령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을 만들려고 했다. 인디안의 주 고객층인 5060세대뿐 아니라 잠재적 고객층인 2030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송 사원은 “브랜드가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와의 연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께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로 느껴질 수 있도록 비주얼 완성도와 감도를 높이려고 했다”고 했다.
![]() |
| 세정 웰메이드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리차드 무어의 숏폼 영상. AI 모델인 리차드 무어가 건축 설계도를 그리는 모습을 구현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송 사원은 “‘어떻게 만든 거냐’, ‘외부 업체에 의뢰한 거냐’는 문의가 정말 많았다”며 “숏폼 영상은 4월 인디안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에서 도달률 2위를 기록했고, 기존 콘텐츠와 비교해 조회수와 도달 건수가 모두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속편도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리차드의 여름휴가’를 주제로 다음 편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시니어 AI 모델이 중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송 사원은 “다른 브랜드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고, 제 또래인 20대 고객들의 눈에도 트렌디하게 비칠 것이란 점을 강력하게 어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디안은 오래 입을수록 가치를 발하는 옷”이라며 “‘아저씨 브랜드’처럼 보일 수 있는 리스크도 있었지만, 자신만의 철학이 단단한 멋진 시니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정은 AI를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의 핵심 요소로 보고 다양한 실무 영역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사내 교육 프로그램인 ‘AI 마에스트로 과정’ 등도 도입했다. 장기적으로 AI 기반의 고객 경험 및 서비스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송 사원은 “옷 자체만 보여주기보다, 옷을 입었을 때 느껴지는 이상적인 분위기를 함께 전달하고 싶다”며 “그런 이미지가 소비자의 공감과 구매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표절이나 AI 활용 논란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스타일링, 배경, 인물 설정, 무드 등 여러 요소를 반복적으로 수정하며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