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토스 기술력은 충분한데” AI가 사람 대신 결제, 한국서 늦어지는 이유는? [크립토360]

지니어스법이 연 ‘에이전트 스테이블코인 결제’
USDC 거래 1년에 1억7600만건·7300만 달러


김종광 DSRV 이사가 29일 디지털소비자연구원에서 진행한 세미나에서 ‘Agentic Commerce 동향과 글로벌 기업의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DSRV 제공]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에이전트 커머스(Agentic Commerce·인공지능 기반 상거래) 영역에서 카드망이 못 다루는 결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이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김종광 DSRV 이사 겸 공동창업자는 지난 29일 디지털소비자연구원 5월 세미나에서 ‘Agentic Commerce 동향과 글로벌 기업의 전략’을 주제로 “가설이 아니라 이미 1년치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상품을 검색·결제·이행까지 자율 수행하는 시장이 빠르게 모양을 갖추고 있고, 그 결제 레이어의 상당 부분이 스테이블코인 위에서 굳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카드망이 못 다루는 영역서 작동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표에 인용된 x402 생태계 데이터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AI 에이전트가 정산한 결제는 약 1억7600만건으로 총 7300만 달러 규모다. 평균 거래금액은 0.48달러로 집계됐다. 결제의 98.6%가 USDC로 정산됐고, 76% 거래는 비자(Visa)의 0.3달러(수수료 하한선) 아래에서 발생했다. 즉 카드망 구조상 적자 영역이 곧 스테이블코인의 자연스러운 활동 무대가 됐다는 의미다.

김 이사는 “스테이블코인과 에이전트는 같은 형질을 가진다”면서 5가지 적합성을 꼽았다. 코드로 결제 조건·한도·검증을 직접 표현하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이며 카드망에 없는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 마이크로페이먼트(초소액 결제) 적합성 계좌나 신원 없이 월렛(wallet·지갑)으로 직접 보유나 전송도 가능한 구조다. 기존 외환이나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체계에서 마찰 없이 글로벌로 도달도 된다.

전통금융·크립토·빅테크 등 ‘AI 에이전트’서 격돌


이날 발표에서는 카드·은행 등 전통금융과 크립토(Crypto) 및 빅 테크(Big Tech) 등 세 진영이 ‘에이전트 결제’라는 시장에서 만나는 그림이 제시됐다.

카드·은행권은 세틀먼트 레이어(settlement layer·블록체인 기록확정 레이어)를 토큰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USDC 정산을 출시했고, 별도로 ‘VTAP’(Visa Tokenized Asset Platform)을 통해 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멀티 토큰 네트워크’(Multi-Token Network·MTN)에서 USDC·PYUSD·USDG·FIUSD 등 4종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한다. JP모건은 자체 기관용 블록체인 결제·자금 이동 인프라인 ‘Onyx’를 ‘Kinexys’로 개명·확장해 누적 1조5000억달러·하루 평균 20억 달러의 온체인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0월 자체 디지털자산 플랫폼인 ‘GS DAP’를 독립회사로 설립하기로 발표했다.

디지털자산업계는 카드·은행권과 반대로 에이전트를 끌어안았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5월 자체 표준인 ‘x402’를 출시한 데 이어 ‘에이전트키트’(AgentKit)와 ‘에이전틱 월렛’(Agentic Wallets) 선보였다. 이를 통해 ‘모든 AI 에이전트는 자기 월렛을 가져야 한다’는 기조를 이어갔다. 로빈후드는 2024년 11월 앵커리지(Anchorage)·불리쉬(Bullish)·갤럭시(Galaxy)·크라켄(Kraken)·팍소스(Paxos) 등과 함께 ‘글로벌 달러 네트워크’(Global Dollar Network·GDN)를 창립해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G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7월 ‘미카’(MiCA·EU 암호자산법)를 처음 준수하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로 유럽연합(EU) 30개국으로 진입했다. 김 이사는 “크립토 네이티브(Crypto-Native)는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자기 월렛을 갖는다는 가정으로 출발한다”며 “에이전트가 법인격에 가까운 결제 주체로 다뤄지는 모델”이라고 짚었다.

빅 테크는 모든 결제 경로(Rail)를 묶는 표준을 짜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 9월 공개한 ‘AP2’(Agent Payments Protocol)는 사용자 의사를 암호학적 서명으로 못박는 ‘Intent Mandate’(의도 위임)와 에이전트가 찾은 상품·가격을 위·변조 불가 기록으로 확정하는 ‘Cart Mandate’(장바구니 위임장)를 핵심으로 한다. 파트너 명단으로 마스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페이팔·아디옌 등 카드업계와 코인베이스·이더리움 재단·메타마스크 등 크립토업계, JCB·유니온페이·인터내셔널(International) 등 동아시아 결제망이 포함됐다. 김 이사는 “카드 진영·크립토 진영·동아시아 결제망이 한 표준에 동시 사인한 첫 사례”라며 “파트너 명단 자체가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법이 풀린 6개월 안에 쏟아졌다”…지니어스법 효과


김 이사는 “세 진영의 합류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면서 “모두 법 정비 직후 1~2분기에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못한 게 아니라 법 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이 풀리자마자 표준·SDK(소프트퀘어 개발키트)·결제망이 같은 분기에 가동됐다는 진단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7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연방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 및 서명했다. 발행자 자격, 100% 준비금, 소비자 보호의 기본 구조가 확정됐다. 법이 제정된 직후인 지난해 4분기에만 스트라이프 ACP(OpenAI 공동)·비자 MCP 서버·구글 AP2·앤트로픽 클로드 에이전트(Claude Agent) SDK가 동시에 공개됐다. 비자는 미국서 USDC 정산을 출시했고, 코인베이스의 x402 표준 V2, 스트라이프의 에이전틱 커머스 수트(Agentic Commerce Suite)도 이 시기 등장했다.

한국도 법제화가 된다면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네이버·카카오·토스·KB·신한·카카오페이, 그리고 DSRV 같은 국내 플레이어의 기술력은 충분하다”며 “모델·MCP·결제 인프라·Web3 결제망 모두 글로벌과 같은 분기에 따라갈 역량이 있다”고 했다. 관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제화이다. 김 이사도 “스테이블코인 발행·결제 활용, 에이전트 위임 거래의 책임 분배, 전자상거래법의 통신판매업자 정의 등 핵심 항목이 모두 정비 대기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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