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헛발질’ 대학가도 들끓는다…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자보 물결 [세상&]

“민주주의 훼손” 전국 대학가 곳곳 규탄 목소리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내 한 게시판에 “민주주의가 흔들리면 학생 자치가 응답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김아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전국 대학가가 들끓고 있다.

6일 오전 한국대학총학생회 공동포럼 소속 대학생들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의 참정권 침해에 단호히 응답하고자 불의에 저항하는 청년의 대표로서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거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민주주의 훼손이자 헌정사에 전례 없는 주권 침해 사건이 일어났다”이라며 “이번 사태를 기억하고 기록하고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 100여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4일 규탄문에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선관위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한 표를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 주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전국의 대학생 대표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학생 자치의 이름으로 침묵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학마다 학생회와 개별 학생들은 성명과 대자보를 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운영위원회는 5일 ‘피로 싹틔운 민주주의 꽃을 시들게 하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선관위는 스스로의 무능으로 선거 과정의 신뢰를 실추시킨 잘못을 통감하고 관련자들이 응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고려대에서도 단과대 학생회들을 중심으로 규탄 성명이 이어졌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는 “선대가 피로써 만들어낸 민주주의이자 후대가 온전히 누려야 할 민주주의”라며 “무너지는 주권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예상보다 유권자가 많이 왔다는 선관위의 변명은 직무유기일 뿐”이라며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직이 곧 책임 완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안건으로 임시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연세대 24학번 재학생 이름으로 게시된 대자보에는 “시민의 참정권이 국가기관의 무능으로 침해된 사건” “민주주의가 흔들리면 학생 자치가 응답해야 한다”며 학생총회을 통한 규탄 결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시내 대학가에서 시작된 규탄 움직임은 지역 학생 사회로도 번졌다.

전북대 총학생회는 ‘이세종 열사가 남긴 질문, 민주주의는 지켜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전북 유권자들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시민으로서 한 표의 무게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조선대 총학생회도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묻는다” “국민이 행사한 한 표의 무게를 선관위는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학가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는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고려대 커뮤니티


“참정권 침해” 분노한 대학생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선거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3) 씨는 “부정선거론을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유권자 수에 비해 투표용지를 턱없이 부족하게 준비한 것은 명백한 선관위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문모(25) 씨는 “마침 교내에서 이한열 열사 추모 행사가 진행되는 시기인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에 다니는 A씨(25) 씨는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그렇게 투표 독려도 했으면서 말이 되나 싶다”며 “국정조사라거나 특검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재투표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윤상훈(24) 씨는 “민주주의는 결과보다도 과정과 시스템이 중요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재투표는 꼭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화여대 재학생 박모(21) 씨는 “재투표를 한다면 이미 개표 결과가 나온 상황이라 그 역시 공정한 선거인지 의문”이라면서 “하지만 투표를 못 한 사람들도 있기에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도 불공정하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와 정부가 책임 있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시위대 강제 해산 조치를 둘러싼 비판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기동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투표함을 확보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현모(25) 씨는 “이번 사태에 항의하던 시민들을 해산하기 위해 기동대가 개입한 것이야말로 국헌문란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헌법도 찾아봤다”고 했다.

연세대 재학생 이은혁(24) 씨는 “투표 못 한 시민들의 비폭력 시위를 경찰이 무력으로 해산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큰 후퇴가 아니냐”고 했다.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송파구와 강남·광진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가 대기하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일이 있었다. 이 가운데 한 곳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선거 당일 10시까지 투표시간을 늘렸는데 항의하는 유권자와 시위대가 몰리면서 투표함 회수가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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