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구호 외치기·성조기 흔드는 행위 금지
부정선거·극우세력 프레임 자발적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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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나흘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재선거를 촉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시민들의 반발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행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8일로 4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에도 대규모 인파가 올림픽공원 개표소(핸드볼경기장)를 에워쌌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한때 4만여명이 운집했다. 대다수가 2030세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참정권 침해를 항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면서 정치 세력과는 거리를 뒀다.
이날 오전 8시께 핸드볼경기장 앞에서는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손글씨로 쓴 팻말을 들고 “재선거”를 반복해 외쳤다. 인근 주차장에는 돗자리를 깔고 눈을 붙이는 이들이 목격됐다.
이곳에서 밤을 새웠다는 직장인 권모(25) 씨는 “어제부터 참여하다가 바로 회사로 간다”면서 “공원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화장했다”고 했다. 대학생 김석현(25) 씨는 “대구에서 토요일 새벽에 올라와서 이틀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밤샘 시위를 한 최모(25) 씨는 “이렇게 큰 난리가 났는데 그냥 지나가면 다음 선거에 또 이런 일이 생길 것 아니냐”며 “못 믿을 선거가 또 생기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에 참여하는 동기가 정치색과 무관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날 올림픽공원 일대 곳곳에는 ‘우리의 목소리가 왜곡되지 않도록 재선거, 참정권 침해만 외쳐달라’ ‘오해를 사지 않도록 이성적으로 함께해달라’ ‘평화를 지켜달라’ 등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때문에 극우 계열의 집단 사이에선 주말 사이 ‘성조기 자제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주말 사이 올림픽공원에 다녀온 박모(27) 씨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엮거나 특정 세력과 연관 지어 매도할까 봐 걱정된다”며 “우리는 투표를 못 해 화가 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투표용지가 동났던 지역 중 한 곳인 송파구 문정2동 주민으로 대기 번호까지 받았으나 결국 한 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모(32) 씨는 “투표용지가 없어서 참정권이 훼손됐는데 좌우를 떠나 모두가 분노할 일”이라면서 “외부 세력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청년들의 주축이 된 시위는 기존 보수세력 집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띠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정치 구호를 외치거나 성조기를 흔드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지침을 세웠다. 분리수거 구역을 따로 마련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동 통로를 정하는 등 질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승사엽(28) 씨는 “각종 상비약이나 음료, 보조배터리를 나누는 자원봉사를 했다”면서 “질서를 잘 지키려 다들 주의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다만 올림픽공원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려는 세력들도 존재한다. 곳곳에는 ‘부정선거 구호 가능’, ‘성조기 가능’ 같은 문구들도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 한 표가 국가기관의 무능과 태만으로 짓밟히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을 지키지 못한 책임에 대한 진상규명과 쇄신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경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등을 고발한 시민단체를 불러 고발인 조사에 나섰다. 김순환 서민민생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9시35분께 서울 강동구 강동경찰서에 출석해 “이건 정치색과 관련 없이 국민이 소중하게 여겨야 할 참정권 문제”라며 “투표용지가 없다는 건 공산주의인 북한도 웃을 일이다”라고 했다.
경찰은 현재 올림픽공원 일대에 기동대 소속 경찰관 350명가량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 사이에선 경찰이 조만간 강제로 시위를 해산할 것이란 이야기들도 나오는 상황. 다만 유재성 직무대행은 7일 야당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잠실에 모인 시민들을 향한 물리력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린·이영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