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도 ‘반도체·비반도체’ 격차 심화로 홍역
AI 열매 소수만 나눠 양극화 심각
부의 재분배 필요성에도 ‘반도체 공공재’ 시각은 우려
산업 균형 발전으로 ‘대만병’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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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대학교 대만경제발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인 우다런(吳大任) 교수가 3일 국립중앙대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타이베이)=박지영 기자] ‘200만원 vs. 1억원’
대만의 평균 직장인의 월급과 반도체 업계 월급의 격차는 50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대만 경제는 역사상 가장 가파른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반도체 종사자와 비종사자간 경제적 격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695명으로 한국보다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며 전세계 최하위를 기록했고 세계 불평등 연구소에 따르면 상위 10% 소득자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12%를 차지하는 등 미국보다 더 심각한 부의 쏠림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국립중앙대학교 대만경제발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인 우다런(吳大任) 교수는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국립중앙대에서 본지와 만나 “한국은 대만과 달리 반도체 하나의 산업에만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지 않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철강,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산업이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대만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약 한국도 균형잡힌 발전을 하지 못한다면 빈부격차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놨다.
최근 AI(인공지능) 붐으로 인해 대만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13.69%를 기록하며 1987년 이후 39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3.6%), 중국(5.0%)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8.63%로 인도(7.2%), 중국(5.0%), 미국(2.2%) 등을 제치며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대만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벌써 한국을 추월했다. 대만 통계청은 올해 1인당 GDP를 4만921달러로 예상, 한국(3만7932달러 추정)보다 먼저 4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식시장도 호황이다. TSMC의 역대급 호실적으로 대만 자취안 지수는 올해만 485포인트 올랐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캐나다, 인도를 제치며 세계 5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호황의 그늘은 짙다.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이 대만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만 과실이 몰린 것이다. 대만의 전 산업평균 급여는 대략 4만6000대만달러(약 200만원)이지만, 대만 인구의 70%는 평균 급여도 받지 못한다. 급여 중위값은 3만8000대만달러(약188만원)에 그친다. 실제 2025년 평균 임금 상승률은 3.1%로 성장률(8.7%)에 한참 못미쳤다.
우다런 교수는 “대만의 전체 취업인구는 1200만명 정도인데, IT·전자 산업군 종사자는 약 100만명이며 그중에서도 반도체 업계 종사자는 약 30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며 “약 10분의 1도 안되는 인구만 반도체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를 제외한 금속, 석유화학 등 나머지 산업군은 미국의 상호관세 영향으로 오히려 침체 되고 있다”며 “게다가 대만은 미국에 5000억달러(약 775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한국(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비해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산업은 거의 성장이 없거나 오히려 퇴보하고 있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만은 정부가 반도체 등 특정 첨단 수출 산업에 대한 지원에만 집중하다보니 나머지 산업들의 경쟁력은 위기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 현상을 의미하는 ‘대만병(Taiwan disease)’이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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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 슈퍼맨’ 체험을 해보는 대만의 유튜버 영상. [유튜버 캡처] |
대만 젊은이 사이에서는 ‘거지슈퍼맨(乞超人)’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 판매하는 식품만 구매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타이베이의 중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5.41배로, 홍콩(14.4배), 서울(13.9배)을 훌쩍 뛰어넘었다.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아 70만원 상당을 주거비로 지출하면 남는 돈도, 모을 돈도 거의 없다. 대만의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0.695명)를 기록한 배경이다.
대만 취업포털 ‘예스123’에 따르면 39세 이하 대만 직장인 중 약 40.2%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22.4%는 모아둔 돈이 아예 없고, 72.7%는 오히려 빚을 지고 있다고 답했다. 54.9%가 스스로를 ‘인생의 실패자’라고 여긴다고 답했다.
예스123 관계자는 “대만의 젊은이들은 기생충이 되거나 빈털터리가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대만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거나,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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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TSMC R&D 센터. 박지영 기자. |
우다런 교수는 ‘부의 재분배’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다런 교수는 “커지는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전자 산업 종사자들에게 소득세를 더 걷어 일부 경제적 취약계층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만 정부는 주거비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가 소득 수준에 따라서 5000~1만 대만달러(약 25만~50만원)를 지원해준다.
아울러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생 보조금 정책도 도입할 예정이다. 우다런 교수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명수에 상관없이 0세부터 6세까지 부모에게 매달 5000대만달러(약 25만원)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준다. 아이가 7세가 되면 만 18세까지 2500대만달러(약 12만원)는 직접 지원, 나머지는 별도의 계좌를 개설해 정부가 저축을 해준다. 만 18세가 됐을 때 40만대만달러(한화 약 1700만원) 상당의 종잣돈을 정부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책을 설명했다.
하지만 부의 재분배 논의에서 반도체를 ‘공공재’로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우다런 교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불황기의 처절한 적자와 리스크는 기업이 모두 감내했는데, 지금 업사이클이라고 이익을 사회로 강제로 환원하라고 요구하는 건 시장 원리에 위배되는 모순”이라며 “법인세나 소득세 등 합법적인 과세 체계를 통해 세수를 걷어 정부가 복지 재원 등으로 적절히 재분배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한국은 반도체 외 제조업이 튼튼하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다런 교수는 “향후 AI 버블 붕괴가 현실화되면, 대만은 이를 대체하거나 충격을 흡수해 줄 다른 산업이 전혀없다. 하지만 한국은 조선, 자동차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든든한 버팀목 산업이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산업 정책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 특정 기술이나 하나의 산업에 국가의 명운을 전부 걸어서는 안되며, 다양한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