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란 남부 공습에도 신중하게 휴전 협상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이 협상에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외교전에도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 내각회의를 주재해 이란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PA]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7일(현지시간)로 100일을 맞았지만 종전의 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전 직후 “4~5주면 끝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최근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장기전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 4월 8일 휴전 합의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 전선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며 중동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이 중재한 레바논 휴전안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을 공습했다. 미국의 중재로 새로운 휴전안이 발표된 이후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습한 것은 처음이다. 다히예는 헤즈볼라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공습 직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해 방공망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에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그동안 레바논 휴전 유지를 종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에 대해 “고통스러운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이란의 직접 공격은 군사작전 확대의 명분이 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수도 예루살렘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
전쟁 초기 미국이 기대했던 결과와 현실도 크게 달라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개전 첫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혁명수비대 지휘부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당시에는 이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후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어받았고 오히려 강경파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모즈타바와 회담 가능성에 대해 “만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태도 변화를 보였다.
핵 문제 역시 해결되지 못했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문안을 조율 중이지만 핵심 쟁점인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는 추후 협상으로 넘겨놓은 상태다. 미국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이란 협상단은 우라늄 처리 방안을 놓고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CNN은 최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이란이 공습으로 파괴된 지하 미사일 기지 터널 69곳 가운데 50곳을 복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내세운 ‘이란 미사일 전력 무력화’ 목표 역시 완전히 달성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란 측 사망자는 최소 3468명, 부상자는 2만65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에서도 26명이 숨졌고 미군 전사자도 13명 발생했다. 전체 사상자는 3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경제적 충격도 중동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하루 100척 이상 오가던 선박 통행량은 최근 하루 3척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쟁 직전인 2월 말 배럴당 67달러 수준에서 최근 90달러를 넘어서며 약 37% 상승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쟁 과정에서 중동 전역 에너지 시설 80곳 이상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는 관련 복구 비용이 최대 580억달러(약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 |
| 2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한 시민이 미국과 이란이 테이블에서 협상하는 모습을 묘사한 반미 벽화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 |
종전 협상의 최대 쟁점은 동결자산 문제다. 이란은 미국이 동결한 240억달러(약 37조원) 규모 자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종전 초기 합의와 동시에 일부 자산을 우선 해제하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돌려받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미국은 이 자산 일부를 쿠웨이트와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 동맹국들의 전쟁 피해 복구 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8일 “이란 자산은 미국의 전리품도, 동맹국을 위한 보상기금도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오히려 “일부 걸프 국가들이 이란 공격에 협조했다”며 역으로 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가 신뢰 구축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핵 프로그램 축소와 우라늄 문제 해결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레바논 문제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란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끝나지 않으면 미국과의 협상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레바논 문제와 종전 협상을 분리하려 한다.
현재는 파키스탄이 양측을 중재하고 있다. 모신 라자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최근 테헤란을 방문해 모즈타바 하메네이 측에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간 추가 고위급 회담 성사를 위해 물밑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NBC 인터뷰에서 “이란은 강하고 자존심이 세다”며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 있다”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