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시 올 것” 거침 없는 젠슨 황의 ‘AI 유니버스’ 4박 5일

AI시대 최적 파트너로 韓기업 택해
엔비디아·韓 동맹, 전 세계에 과시
반도체·AI 팩토리까지 ‘록인’ 전략
“韓 제조·SW 전 분야에서 뛰어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출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박 5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나면서 “한국의 기술 없이 우리의 첨단 슈퍼컴퓨팅 구축은 불가능하다”며 “이곳(한국)에서 할 사업이 정말 많다. 곧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날 오전 9시 3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는 길에 “한국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매우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제게 정말 많은 기회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방한 기간 내내 하루를 시간 단위로 쪼개 파트너사들을 만나며 강행군을 펼친 그는 재방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 모두 휴식이 필요하다. 저의 바비큐 포크(삼겹살)·프라이드 치킨 친구들도 휴식이 필요하다”면서도 “곧 다시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방한 성과를 묻자 ‘SK하이닉스와 맺은 다년 간의 파트너십’과 ‘SK텔레콤·네이버와의 AI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꼽았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가 윈윈하는 매우 좋은 발표였다. 대형 파트너십을 발표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돌아봤다.

구체적으로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엔비디아 양측이 얻게 될 이익을 묻자 “한국에서 AI 산업을 발명하고(inventing), AI 생태계를 만든(creating) 것이 우리가 한국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라며 “우리는 AI 산업을 함께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젠슨 황의 韓 기업 역량 인식,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엔비디아가 세계 최고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부상한 이후 황 CEO는 중국·일본·대만·영국·프랑스 등 전 세계를 누비면서도 유독 한국은 찾지 않아 ‘코리아 패싱’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방한으로 한국 시장이 지닌 잠재력과 한국 기업의 역량에 대한 황 CEO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CEO는 국내 4대 그룹은 물론 로보틱스·게임·통신·클라우드 업체, 스타트업, 대학교, PC방, 야구장까지 샅샅이 훑으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메모리 반도체에 치우쳤던 한국과의 협력 범위를 AI 데이터센터·자율주행·로보틱스 등으로 확장하며 궁극적으로 한국 내 엔비디아만의 ‘AI 유니버스’ 구축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출국하면서 재차 “한국에는 로보틱스와 AI 인프라 분야에서 매우 큰 기회가 있다. 이곳 기업들과 협력해 한국 밖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도 큰 기회가 있다”며 “그래서 저는 그 점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고유 소프트웨어인 ‘옴니버스’(디지털트윈), ‘아이작’(로봇), ‘코스모스’(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를 국내 제조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동시에 K-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확보해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젠슨 황 “韓, 제조·SW 모두 뛰어나”…자사 생태계 ‘록인’ 포석=줄곧 한국의 제조업 역량에 주목해온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기존 한국 파트너 기업들과의 동맹은 더욱 강화하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LG·두산·네이버 등과의 파트너십도 새롭게 각인시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 완성한 엔비디아 고유의 AI 슈퍼칩과 자율주행·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현대차·LG·네이버 및 게임사들에게 공급해 AI 전후방에 걸쳐 엔비디아 생태계에 묶어두겠다는 구상이다.

30여년 전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로 출발한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기업을 넘어 자율주행·로보틱스·데이터센터 등을 아우르는 종합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모두 갖춘 한국 기업들을 최적의 파트너로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다(CUDA)’라는 독자 그래픽처리장치(GPU)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전 세계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GPU에 의존하게 만드는 ‘록인(lock-in) 효과’를 거둔 것처럼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 팩토리에서도 엔비디아의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황 CEO는 전날(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서도 “중공업·제조업에 뛰어난 국가들은 소프트웨어엔 약하고, 소프트웨어에 매우 강한 국가들은 중공업엔 약하다”며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다.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이라고 치켜세웠다.

▶국내 산업계, 엔비디아 협력 ‘액션 플랜’ 수립 과제=이번에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확대한 국내 산업계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안을 빠르게 구체화할 ‘액션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이번 황 CEO와의 회동을 통해 세계 최대 메모리 수요처인 엔비디아와 보다 공고한 협력 관계를 다졌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황 CEO도 메모리 품귀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양사로부터 안정적으로 메모리를 조달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30년까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2배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AI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메모리 확보가 엔비디아의 당면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 기업들에게 자사 칩과 소프트웨어를 ‘세일즈’하는 데 주력한 엔비디아가 거꾸로 국내 투자에 나설 지도 관심사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전날 황 CEO와 가진 단독 면담에서 “엔비디아도 한국에서 쇼만 하지 말고 투자도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을 만큼 국내 AI 산업 발전을 위해 엔비디아가 직접 투자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일환으로 전날 현대차 양재동 사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황 CEO가 전북 군산 일대에 조성된 새만금을 투자 지역으로 언급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AI, 로보틱스가 들어가는 새만금 프로젝트를 (황 CEO에) 설명했다”며 “함께 할 의향이 있으면 함께 해서 더 완벽한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CEO는 AI를 활용한 모든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협력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황 CEO는 “한국의 AI 인프라는 현재 부족하다. 자동차 공장처럼 AI도 공장이 필수”라며 “한국은 로봇도 만들고 있기 때문에 AI 공장이 필요하다. 이 두 분야는 중요한 투자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황 CEO가 새만금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나 로보틱스 연구개발(R&D) 시설을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현일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