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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퇴직연금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노후 대비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가입자 간 수익률 양극화다. 같은 기간, 같은 제도 안에서 운용됐음에도 누군가는 높은 수익을 거두는 반면 누군가는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노후 안전망이 아닌 새로운 자산 격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퇴직연금 수익률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운용 방식의 차이에 있다. 상당수 가입자는 원금 보장에 대한 선호로 예금이나 보험 등 안정형 상품에 자금을 묶어두고 있다. 반면 일부 가입자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며 장기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두 그룹 간 성과 차이는 더욱 확대됐다. 연평균 수익률이 1~2% 수준에 머문 가입자가 있는 반면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단순한 투자 성향의 차이를 넘어 노후 자산 규모의 결정적인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장기 투자에서 복리 효과는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30년 동안 1억원을 운용할 경우 연평균 수익률이 2%라면 최종 자산은 약 1억8000만원 수준에 그치지만, 7% 수익률을 달성하면 7억원이 넘는 자산으로 불어난다. 동일한 금액을 적립하더라도 운용 성과에 따라 수억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금융 이해도다. 투자 경험과 금융지식이 풍부한 가입자는 시장 변화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 반면 금융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가입자는 기본 설정 상태로 계좌를 방치하거나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와 지식의 격차가 수익률 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노후 자산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 성과를 점검하고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퇴직연금 제도 개편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은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가입자에게 보다 합리적인 자산배분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입자 스스로도 퇴직연금을 단순한 저축 수단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투자 자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은 미래의 월급이자 노후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적립금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수익률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노후의 빈부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이 새로운 불평등의 원인이 아니라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회사, 그리고 가입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박세환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