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취업 이렇게 안되는데”…정년 65세 연장 딜레마

민주당, 2028년·2029년 연장 등 다양한 방안 검토
청년 취업자 25만명 감소 속 노동계 “정년 65세 지금 당장”
KDI “고령자 고용 1명 늘 때 청년은 0.2명 감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청년 고용률이 25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청년 고용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령화와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에 따라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고령층 고용 확대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논쟁이 세대 간 일자리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위는 2028년 또는 2029년부터 2년마다 정년을 1세씩 연장해 2036~2037년 65세에 도달하는 방안 등 다양한 안을 검토중이다. 시행 시점에 따라 1968년생 또는 1969년생부터 적용된다.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된 배경에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이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에는 65세가 된다. 반면 법정 정년은 2016년부터 60세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 이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최대 5년의 소득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위는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과 계속고용 제도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 단순히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동계는 단계적 시행이나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정년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이나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정년연장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독소조항 없는 온전한 65세 정년연장 입법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청년 고용시장이 이미 심각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취업자는 367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2.4%포인트 하락하며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은 7.2%, 체감실업을 반영한 확장실업률은 16.6%에 달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14만명 줄고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공채 축소와 수시채용 확대도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년연장이 청년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고용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민간 부문에서는 고령 근로자 고용이 1명 증가할 때 청년 고용은 약 0.2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가 일부 기업에서는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기업과 고용보호 수준이 높은 사업장에서 이 같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재계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열린 ‘정년연장 정책 토론 학술세미나’에서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3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5~29세 청년 약 90만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을 고려하면 정년연장 자체는 불가피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청년 고용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특정 세대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정년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지만 청년고용 대책과 임금체계 개편 없이 추진하면 기업 부담이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년연장과 계속고용,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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