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산 벤처투자 지난해 연간 규모 추월
우크라·중동 전쟁 장기화에 ‘전쟁 기술’ 몸값 급등
드론 넘어 자율함정·위성·전자전으로 투자 확대
“전쟁 끝나도 수요 지속”…과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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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실시된 국방부 합동화력훈련 미디어데이에서 자폭 드론이 표적물을 터뜨리는 모습.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장기화로 드론, 자율함정, 전장 인공지능(AI) 등 방산 기술 스타트업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방산 테크 스타트업에 유입된 벤처캐피털(VC) 자금은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글로벌 비상장 자본시장 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방산 기술 스타트업에 유입된 VC 투자금이 123억달러(약 18조800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투자액인 99억5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선 규모다.
투자자들은 전쟁 양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값비싼 전투기와 함정 중심이었던 기존 전쟁 방식에서 드론, 자율무기, 인공지능 기반 전장 시스템이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술 기업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JP모건의 유럽·중동·아시아 안보 이니셔티브 총괄 다니엘 루드니키 슐룸베르거는 FT에 “전쟁 수행 방식에서 유사 이래 가장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장기 수요를 인식하면서 기업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은 사실상 미국에 집중됐다.
전체 투자금의 93%인 114억달러가 미국 스타트업으로 유입됐다. 특히 방산 유니콘 기업인 안두릴이 지난달 50억달러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안두릴의 기업가치는 61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 전쟁은 해양 방위 기술 투자 확대에도 불을 붙였다.
영국 방산 스타트업 크라켄 테크놀로지는 무인 기뢰 탐색선을 영국 해군에 납품했으며 해당 장비는 호르무즈 해협 배치를 앞두고 있다. 크라켄은 현재 기업가치 10억달러 수준에서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도 방산 투자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올해 유럽 방산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 규모는 4억6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독일 드론 업체 헬싱과 자폭 드론 업체 스타크도 수십억달러 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위성 분야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핀란드·폴란드 합작 위성기업 아이스아이는 최근 10억유로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불과 6개월 만에 4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이제 투자 대상이 단순 드론 제조업체에서 전장 데이터 분석과 전자전, 자율 해양 시스템, 군사용 위성 네트워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열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수요 급증에 편승해 일부 기업들의 가치가 실제 사업 성과보다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의 쇼넬 말라니 매니징 파트너는 “일부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면서도 “방위 기술 수요를 만드는 구조적 요인은 분쟁 종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드론 분야는 경쟁 과열 조짐이 있지만 자율 해양 시스템과 군사용 위성, 전장 AI 분야는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라고 평가한다.
유럽 방산 전문 VC 익스페디션스의 미콜라이 피를레이 공동창업자는 “첫 번째 투자 물결이 무기 생산능력 복구였다면 이제는 공급망과 첨단 기술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센서와 전자전, 전장 AI는 앞으로 수년간 핵심 투자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글로벌 자본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실리콘밸리 자금이 소비자 플랫폼과 인공지능으로 향했다면 이제는 전장을 바꾸는 기술 기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