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단체 업무 마비는 ‘현재진행형’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반발로 시작한 집회가 18일째를 맞았다. 갈수록 전반적인 규모는 줄고 있지만, 새롭게 가세하는 참가자도 보이며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 참가자는 “이 집회는 상시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2030 등을 중심으로 홍대로 옮겨 시위를 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올림픽공원의 집회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22일 오전 9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약 130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 인원이 줄어들어 직접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월요일 오전’은 인원이 가장 적은 취약 시간이라며 대형을 넓게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성인 두 걸음 정도의 보폭으로 간격을 벌리고,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넓게 펼쳐 서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연신 흔들었다.
집회가 오래 이어진 만큼 생활의 흔적도 곳곳 보였다. 한 집회 참가자는 우산과 돗자리로 간이 텐트를 만들고 옷가지를 말려 놓은 흔적도 볼 수 있었다. 또 경기장 앞에서 밤을 새운 참가자는 일어나 모기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모기장을 정리하던 김모(22) 씨는 18일 중 15일 집회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태극기 제작 용품 등을 지키기 위해 돌아가며 밤을 새우고 있다”며 “사실 재선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집회 참가자들이 해산할 만한 수준의 답변이나 대책이 나와야 해산할 것 같다. 그전까지는 떠날 생각 없다”고 말했다.
18일 중 10일을 나온 주부도 있었다. 유모(42) 씨는 “아이들 학교 보내고 강동구에서 왔다”며 “원래 운동할 시간인데 운동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이 사람이 제일 적은 시간이길래 저라도 보태려고 왔다”고 했다.
이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꼭 끝나길 바라고 있다”며 “언론에서도 우리 얘기를 왜곡 없이 다뤄주는 걸 보니 점차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집회에 참가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집회가 막 시작한 지난 6~7일 수만명이 모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지난 21일 오후 집회 참가자는 4000명(경찰 비공식 추산) 정도로 크게 줄었다. 이에 수를 보태겠다고 찾았다는 것이다.
경북 안동에서 올라와 3일째 집회에 나오고 있다는 이모(21) 씨는 “거리가 멀어서 멀리서 유튜브 라이브로 보기만 했다”며 “멀더라도 이곳에 와서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뒤늦게라도 왔다. 3일째 근처 숙소에 묵고 있는데 더 연장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가평에서 온 이모(55) 씨는 “목사라서 주말엔 시간을 낼 수 없다. 비교적 시간을 내기 수월한 월요일 아침에 왔다”며 “이 집회가 상시화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 줄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는 집회가 3주 차로 접어들며 각종 사건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밤에는 30대 남성이 “핸드볼경기장 안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흉기로 자신의 오른팔을 긋는 자해소동도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기동대가 흉기를 빼앗아 제압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집회 측과 대한체육회 간 숙제도 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경기장 내부에 사무실과 각종 경기 물품을 보관하던 체육 단체들은 집회 시작 이후 여러 차례 진입을 시도했지만 집회 측의 극렬한 저항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펜싱 선수들은 결국 경기 용품을 빌려 대회에 나서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도 경기장 인근에서 발생한 범죄 행위들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경기장 무단 침입 ▷체육 단체 업무방해 ▷기자 폭행 ▷핸드볼 선수 특수강요 등 혐의에 대해 피의자를 특정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영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