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고려 백자 635년만에 귀향..여말 이성계가 백토의 고향 양구에 주문 제작[함영훈의 멋·맛·쉼]

양구에서 만들어진 고려 백자, 이성계 발원 사리기 일괄(백자 향로) [이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금의 20대부터 90대까지 거의 모든 국민은 고려 청자, 조선 백자로 잘못 배웠다. 시험문제에 고려 백자를 인정하면 오답처리되었다. 하지만 고려-청자, 조선-백자 라는 도식은 틀렸다.

백자는 고려시대부터 있었다. 강원특별자치도 양구는 금강산 자락에 있다. 지금도 금강산 가는 길이 있다.

양구에선 예로부터 독보적인 ‘백토’가 있었고, 이는 고려시대 이곳에서, 당시로서는 ‘기술혁신’이었던 백자의 귀중한 재료였다. 반대로 청자는 조선시대에도 끊임없이 강진·무안에서 빚어내고 보급하고, 수출했음을 주지의 사실이다.

양구군 방산면은 고려시대부터 도자기 생산지로 주목받았고, 특히 백토(백자 원료)와 가마터가 확인되었다.

강원 북부와 가까운 함경도와 두만강 유역을 무대로 성장해온 이성계는 고려말 실권을 잡은뒤 양구에서 백자를 주문(발원)한다. 그리고 양구에서 이성계 발원 백자는 정성껏 만들어진다.

이성계 발원 백자, 사리기


이미 고려시대 양구에서의 백자 생산과 보급이 상용화된 상황이었기에, 이성계가 주문한 백자를 양구 장인들은 어렵지 않는 만들수 있었다.

이성계 발원 백자는 고려 말인 1391년 제작됐다. 백자엔 조선 건국을 염원하는 이성계의 발원문이 새겨졌다. 한동안 금강산 월출봉에 봉안됐다가 1932년 발견된 이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중박은 이 백자를 몇 차례 기획전시하기도 했다.

양구에서 만들어진 이성계 발원백자가 635년만에 고향인 양구로 돌아온다.

양구백자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27일부터 9월 27일까지 특별전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양구백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이성계 발원백자 5점이 고향에서 첫 선을 보인다. 국립박물관 외 기관에서 전시되는 것도 처음이다.

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별도의 전시공간을 조성했으며, 유물의 제작 배경과 역사적 가치, 조선 건국기 시대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양구백자박물관 소장유물展도 함께 선보인다. 양구백자를 비롯해 분원백자, 해주백자, 청송백자 등 조선시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백자 100여 점을 소개하며, 조선백자의 지역별 특징과 조형미를 비교·조명한다.

양구백자박물관 20주년 특별전 포스터


아울러 양구백자연구소가 기획한 현대도예 특별전 ‘2026 백자의 여름展’도 열린다. 올해는 ‘오늘의 호(壺)’를 주제로 현대 도예가들이 항아리를 각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전통 백자의 조형미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별전 개막식은 27일 오후 2시 양구백자박물관에서 열린다. 낭독극과 타악공연 등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개회식, 인사말과 축사, 전시 소개, 테이프 커팅 순으로 진행되며, 이후 전시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전시 기간에는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2026 백자의 여름 토크 콘서트-스무 살의 양구백자박물관’에서는 서울대학교 허보윤 교수의 진행으로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장과의 대담이 진행되며, ‘멋진 항아리 제작법’ 워크숍에서는 도예가들의 제작 시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2006년 개관한 양구백자박물관은 양구백토와 양구백자의 역사·문화를 연구·보존·전시하는 전문박물관으로, 지난 20년간 학술연구와 전시·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양구백자의 가치 확산에 힘써왔다.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장은 “6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보물 이성계 발원백자는 양구의 역사이자 대한민국 도자문화의 상징적인 유산”이라며 “개관 20주년 특별전을 통해 양구백자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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