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사망한 아이, ‘대타’ 보건교사도 책임있다…“누가 보건실 맡겠냐” 교사들 술렁[세상&]

두통 호소한 초등생, 병원에서 뇌출혈 사망
법원, 보건실 대체교사 배상책임 일부 인정
“전문성 없는 일반교사가 무슨 책임” 반발
보건실 대체 기준 공백에 일선 학교선 갈등


보건실 대체교사 역할을 맡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교사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챗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학교 보건실에서 두통을 호소하다 끝내 뇌출혈로 숨진 초등학생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보건실 ‘대타’ 업무를 맡은 교사에게 일부 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자 일선 학교에선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법원은 보건교사 대신 보건실을 지킨 교사가 이상 징후를 보인 학생을 혼자 둔 것은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학교에서는 보건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다른 교사가 임시로 보건실을 맡는 관행이 있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판결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는 “보건실 대체를 맡았다가 사고가 나면 일반교사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 “초등생 방치, 보호의무 위반”…국가·보건 대체교사 손해금 지급 판결


지난 2023년 6월 대전 모 초등학교 6학년 학생 A양은 학교에서 두통을 호소해 보건실에 갔다. 당시 보건교사는 보건 수업 중이었다. 5학년 담임교사였던 B씨가 보건 대체교사로 학생의 상태를 인계받았다.

A양은 상태가 더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돼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았다. 당시 대전에 있는 병원에선 소아 응급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해 세종 지역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후 부모가 담임교사, 보건교사, 보건 대체교사,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해 4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보건 대체교사 B씨와 대한민국이 공동해 A양의 부모에게 각각 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B씨가 A양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도 충분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학생이 보건실을 나간 뒤 울음소리를 내고 화장실에서 제대로 이동하지 못했는데도 학생을 혼자 승강기에 태워 보냈다는 것이다. 승강기 안에서 A양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즉시 확인하지 않아 아이는 3분 이상 홀로 남겨졌다.

다만 법원은 교사의 이 대응이 A양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진 않았다. 전문 의료인이 아닌 교사 입장에서 즉시 뇌출혈을 의심해 119 신고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B씨의 행위가 학생의 사망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는 취지다. 보건교사와 A양 담임교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다만 법원은 B씨가 국가 소속 공무원으로 직무 수행 중 보호 의무를 위반한 만큼 대한민국도 국가배상법에 따라 공동 배상 책임을 진다고 봤다.

학교 보건실 내부 모습. [챗GPT로 제작]


“전문성 없는 교사에 책임 전가” 현장의 불만


이 판결은 이후 학교 현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일반교사들은 보건실 대체 업무의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호소한다. 보건교사가 수업에 들어가는 동안 보건 대체교사가 보건실을 지킬 때 명확한 법적 권한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건실 대체 업무를 맡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한 초등교사는 “의료 지식도 별도 권한도 없는 일반교사가 보건실에 앉아 있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만 떠안는 구조”며 “이제 보건실 대체를 쉽게 맡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 역시 “일반교사가 보건실 대체자로 들어가면 학생이 아프다고 할 때 어느 정도까지 판단하고 조치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며 “결국 사고가 나면 현장에 있던 교사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가 문제다. 보건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일반교사가 임시로 메우는 방식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위험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보건교사가 수업 때문에 보건실을 비우고 일반교사가 대체자로 지정되는 구조가 응급상황 관리 혼란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보건교사에게 교실 수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보건교사노조는 “비의료인인 일반 교사가 보건실을 찾은 학생을 적절히 지도·처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보건교사가 보건실을 비워가며 교실 수업을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육계 관계자는 “보건교사가 수업 중일 때 보건실을 누가, 어떤 권한과 책임으로 맡을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교사 개인에게 응급상황 판단을 맡기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며 “학교 응급 대응 체계와 보건실 대체 기준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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