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갈등으로 번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野 “기업 경영에 정치개입” 강한 반발
청와대 투자 하명…직권남용 주장도
민주선 “수도권 1극 체제 극복” 반박
전남·북 의원들, 유치 경쟁 양상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대한 투자 발표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연일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번 투자와 관련 야당은 “기업 경영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라고 정부·여당 때리기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 측은 “지역 갈등 조장을 중단하라”며 맞받고 있다.

26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에게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에 수백조원의 투자를 특정 지역에 하라고 하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나”면서 날을 세웠다.

그는 “대한민국 1년 치 예산의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청와대가 주도해 특정 지역을 점찍어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TK 지역 국회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산업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뒤 곧바로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고 “국가 반도체 산업은 정치가 아닌 시장과 경쟁력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전달했다.

당 중진들과 주요 야권 인사들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본 반도체도 공장을 전국으로 쪼개다 생태계 파편화되고 경쟁력을 잃었다”고 적었고, 윤상현 의원은 “반도체는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라면서 “국가전략산업은 정치적 시간표가 아니라 산업의 논리로 결정돼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언제 지을지는 세계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자리를 보고 기업이 정해야 한다”고 적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균형발전은 중요한 정책목표이지만 전략산업의 입지를 정치가 먼저 지정하는 순간, 우리는 균형도 경쟁력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이번 투자와 관련 적극적인 옹호에 나섰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기업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논의하는 건 당연한 책무인데 국민의힘은 관치경제라고 운운하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국가 대전환의 시작인 (이번 투자에) 민주당은 전폭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동구남구을이 지역구인 안도걸 민주당 원내부대표 역시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으며 근거 없는 비판과 지역 갈등 조장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호남·충청권 클러스터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적 명분에 전력, 용수, 토지 등 구체적 사항을 두루 고려한 복합적 계획”이라며 “수도권을 벗어난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은 수도권 1극 체제를 벗어나기 위한 담대한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와 관련 전남과 전북 지역 의원들이 어필 경쟁도 이어졌다. 전남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AI·반도체 강국을 위한 최적의 선택은 바로 전남 해남”이라고 밝혔다.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을 지역구로 둔 김의겸 의원은 “호남 반도체 투자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용인 몰빵’의 부작용이 ‘광주 몰빵’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전북에) 나눠서 배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대근·정석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