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 생산성 떨어져… 직무·건강 따져 재고용 선호”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정년 자체 늘리는데는 공감하지만
젊은 직원 생산성 따라가기 힘들어

중기 86% “연장 대상자 선별해야”
‘인력난’ 제조업은 숙련공 유지 절실


정부의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며 중소기업 현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 화성의 한 알루미늄 제조 공장. [중기중앙회 제공]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K대표는 최근 정년 연장 방안이 정부와 여당 내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보며 고민이 깊다. 직원들이 더 오래 일하고 싶어하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회사가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려 모든 직원을 더 오래 고용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K대표는 2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나이를 드시면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진다.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을 하고 나가시는 분들은 고용 불안 때문에 더 일을 하고 싶어하시지만. 사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생산성에 도움이 안 된다. 젊은 사람의 생산성을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K대표와 비슷한 고민은 중기 사장님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정년제가 있는 30인 이상 중소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고용연장 관련 의견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86.2%는 정년 퇴직자에 대한 고용연장 방식으로 ‘선별 재고용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법정 정년 연장이라고 답한 곳은 13.8%에 그쳤다. 선별 재고용은 직무와 성과,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고용연장 대상자를 결정하고 재고용 시 새로운 근로계약을 통해 고용 기간과 임금 조정이 가능한 방식이다.

정년연장에 따르는 부담으로는 ‘인건비 부담 증가’가 41.4%로 가장 많았고 ‘산업안전·건강 이슈’ 26.6%, ‘청년 등 신규 채용 기회 감소’ 15.8%, ‘생산성과 업무효율 악화’ 12.2%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67.8%는 현재도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으로 다시 고용하는 등 고용 기간을 연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지방 제조업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경기도 화성에서 판금 회사를 운영하는 강영준 리치니스 대표는 60대 근로자를 ‘고령 인력’이 아니라 ‘숙련공’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지금 60대는 과거의 60대와는 다르다. 체력과 능력이 우월하다. 그리고 시간이 그들을 ‘숙련공’으로 만들었다. 젊은 사람보다 더 일을 잘한다”며 “우리 같은 공장 일,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은 젊은 사람들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은 오려고 하지도 않는 회사에서 정년을 연장해 계속 근무하게 하면 모두가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K대표의 사례와 강 대표의 사례는 같은 중소기업이지만 ‘정년 연장’에 대해선 전혀 다른 입장으로 압축된다. 이유는 개별 기업들로 사정을 들어보면 업종·지역·직무별로 이해가 크게 갈리 때문이다. 지방 제조업과 뿌리산업, 이른바 3D 업종의 경우 대체 고용이 어려워 60대 숙련공을 계속 근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반면 출판·콘텐츠·사무관리·서비스업 등 사무직 중심 기업은 사람을 다시 뽑아 쓸 수 있는 환경이 충분해 일괄적인 정년 연장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강 대표 사례처럼 지방 제조업의 경우 60대 근로자를 대체할 인력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년 연장이 고령자 복지 정책이 아니라 생산라인 유지 대책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서울·수도권의 사무직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편집 프로그램, 온라인 마케팅, 데이터 관리, 인공지능 활용 업무가 늘면서 직무 적응 속도와 업무 방식 변화가 중요해졌다. 이런 업종에서는 연령보다 직무 성과와 변화 적응력이 중요하다. 때문에 일괄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필요한 직무에 한해 계약직이나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인력난이 심한 제조업은 숙련공을 계속 쓰고 싶어하고, 사무직 기업은 성과와 직무에 따라 재고용을 원한다. 업종별·직무별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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