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노사 평행선 지속…“생계비 반영해야”vs“100만 폐업시대”

최저임금위, 11차 전원회의
생계비 반영 요구한 노동계…경영계 “소상공인 지급능력 한계”
노사 1540원 격차 유지…3차 수정안 제출 앞두고 정회


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권순원 위원장의 자리에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제출한 수정안이 기록된 문서가 놓여 있다. 지난 10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는 시간당 1만1900원, 사용자는 1만360원을 최저임금 2차 수정안으로 제시함에 따라 현재 격차는 1540원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생계비와 지급능력을 놓고 다시 맞붙었다.

노동계는 물가와 실태생계비를 반영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며 큰 폭의 인상에 반대했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올해도 심의기한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노사공익위원 모두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최적의 수준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는 시작과 동시에 오후 3시 50분까지 정회한 뒤 노사의 3차 수정안을 제출받아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제10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 1만1900원, 경영계는 1만360원의 2차 수정안을 각각 제시해 양측의 격차는 1540원까지 좁혀진 상태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수정안을 거듭 제시하며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이 일정 범위의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해 절충을 유도하거나, 최종적으로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노동계는 이날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활용되는 ‘중위임금 60%’보다 저임금 노동자의 실제 생계비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실태생계비보다 중위임금 60%라는 특정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은 본질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임금 통계 산정 방식도 문제 삼았다. 류 사무총장은 “정부와 통계청이 OECD에 제공하는 중위임금 산출값은 성과급과 상여금이 제외된 임금 기준으로 계산되고 있다”며 “총액급여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최저임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게 하려는 의도적 왜곡이라는 오해를 자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을 겨우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렀고 생계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최저 비용’이 아니라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희망의 임금인 만큼 올해는 미세한 조정이 아닌 전향적이고 과감한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물가를 기준으로 한 인상을 요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2027년 최저임금 논의의 출발선은 물가상승률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노사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첫걸음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상승률 2.7%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시작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은 지난 8년간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라는 말과 달리 청년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 침체와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에 가려져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며 “폐업은 100만개에 육박하고 자영업자 대출 잔액과 연체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계의 2차 수정안을 적용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제 인건비 부담은 연간 약 500만원 증가한다”며 “몇 명만 고용하고 있어도 연간 수천만원의 부담이 추가돼 경영 한계에 놓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부장은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절박하다”며 “사업이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줄이는 비용이 인건비인 만큼 최저임금의 누적 인상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더 이상 올리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근로자들도 있다”며 “일터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함께 살펴달라”고 덧붙였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위원은 “노사가 두 차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의견 차이가 적지 않다”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 생각하면서 실질적으로 접점을 넓혀 책임 있는 결론에 가까워지는 회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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