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기름값 폭등, 담합 때문이었다…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재판행 [세상&]

국내 4대 정유사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기소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장 구속 기소
HD현대 법무실장,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
자영주유소 상대 갑질 의혹도 공소장 적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미국·이란 전쟁 발생 직후 이례적인 국내 석유가격 폭등을 수사한 검찰이 담합이 주된 원인임을 확인했다며 국내 주요 정유 4사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나희석)는 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장 A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고, 같은 회사 책임매니저 B씨와 법무실장 C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C씨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했다.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유 4사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유소 사이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량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공급가를 일방 통보하며 타사 제품을 받은 주유소에 거액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 4개 회사의 점유율이 98.6%에 이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 C씨는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현장조사 사실을 미리 알고 내부에서 타사 가격 정보를 취합한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D씨는 현장조사 사실을 미리 알고 가격 결정 회의 자료 공유를 위해 개설한 사내 메신저를 삭제한 혐의가 있다.

검찰은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정유 4사가 상당한 양의 원유를 이미 비축해둬 가격 급등 필연적 사유가 없는데도, 모든 회사가 일제히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규모로 입금가를 폭등시켰다고 봤다. 검찰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가 14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의식적 병행 행위에 따른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약 26조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전쟁 발발 직후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각 가격 결정 부서 책임자가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 대비 약 30~40원 더 높은 방식으로 가격을 올릴 것으로 담합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담합 가격을 추종하는 의식적으로 병행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미 2024년 7월께부터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상호 입금가 정보를 공유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입금가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시장점유율을 공고히 구축하고 있었던 점을 담합 원인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각 상대 회사 가격 정보를 취득할 담당자를 지정했는데 구속된 HD현대오일뱅크 부서장은 SK에너지 가격 정보 담당자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8월 회사를 옮겼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가격 폭등 합의를 주도한 핵심 인물이라고 했다.

검찰은 자영 주유소를 상대로 한 갑질 행위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 시정조치와 대법원 판례에 따라 ‘거래상대방인 주유소 의사에 반하는 전량구매 계약 체결이 금지된다’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정유 4사가 현재까지도 전량구매 계약을 기존과 같게 체결했다는 판단이다.

유가 교란 의혹 수사는 지난 3월 검찰이 정유 4사와 대한석유협회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4월 사건 관련자 소환조사와 추가 압수수색 등을 벌였다. 지난달 18일에는 A씨를 구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유가 교란 의혹 수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검찰이 담합 조사를 신속하게 대규모로 했더라. 결과도 아주 잘 나왔다. 법무부에서 수사팀 포상이라도 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국가적 혼란을 틈타 유가 교란의 중대 범죄를 범한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한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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