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정치적 샌드백 아니다”…리센느 원이, 일베 논란에 K-팝 팬 뭉쳤다

걸그룹 리센느(RESCENE)의 리더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원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의 한 장면 [원이 유튜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리센느 원이의 ‘무섭노’ 발언이 가져온 ‘일베’ 낙인찍기 논란에 K-팝 팬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아이돌을 정파적 소모품으로 삼지 말라”며 전면전을 벌인 것이다.

7일 가요계에 따르면 ‘여자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 일동’은 ‘정치권은 아이돌에 대한 낙인찍기와 논란의 재점화를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 아티스트를 향한 정치적 낙인주의와 2차 확산 방지를 향한 경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온라인 영상 속 한 아이돌 멤버의 발언이 정치권의 공방 소재로 번지면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당사자들은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과도한 낙인 속에 놓이게 됐다”며 “아이돌은 정치권의 상징물도, 정파적 공방의 소재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아직 어린 당사자들에게 특정한 정치적 낙인이나 혐오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은 중대한 정신적 부담을 줄 수 있으며, 그룹 전체의 활동과 명예에도 장기적인 피해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팬덤은 이에 4가지를 요구했다. ▶ 아이돌을 향한 섣부른 정치적 낙인찍기와 프레임 씌우기 즉시 중단하고, ▶개별 아티스트 및 그룹을 정치권 논쟁의 사례로 거듭 거론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사안 관련 여론조사 결과 공표 재고 ▶ 자극적 보도 및 정치적 해석 지양, 당사자 보호와 2차 가해 방지 책임 인식할 것을 강조했다.

앞서 경남 거제 출신인 원이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담당 PD의 말을 따라 반복하며 “무섭노”라고 말해 일베식 혐오 표현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국립국어원에 공식 유권해석을 요구, 국립국어원에선 “해당 표현의 구체적 용법에 대하여 학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신중한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방언의 다각적인 구어체적 용법(독백, 탄식 등)을 감안할 때 기계적인 혐오 프레임을 씌우기 어렵다는 방언학계의 견해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해당 사안을 여론조사 문항으로 올려 정파적 이익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덤은 이를 ‘논란의 인위적 재점화’로 규정했다. 팬들은 “여론조사는 언어학적 판단을 대신할 수 없으며, 명분이 무엇이든 결과 공표는 당사자들에게 중대한 정신적 부담을 주고 그룹 전체의 활동에 장기적인 피해를 남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K-팝 팬덤이 단체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원이의 발언을 두고 정취권에서 공방이 이어져서다.

앞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서울 사람-일베-부산 사람’의 이분법적 예시를 들며 사투리 오용을 경계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말끝 하나로 스물두 살 청년의 사상을 검증하려 든다”며 맞섰다. 여야 리더들의 정면충돌 속에 신인 걸그룹 멤버는 이념 전쟁의 ‘샌드백’이 됐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번 집단 성명은 과거 소속사의 대응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던 팬덤이 ‘소비자 주권’과 ‘도덕적 연대’를 바탕으로 아티스트의 방어권을 직접 행사한 사례로 읽힌다.

팬 일동은 “오직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으로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놓인 당사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입장을 밝힌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이용이 아니라, 당사자 보호와 신중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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