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연예인 “본업은 묻지 마세요”

요즘 스타들은 못 하는 게 없다. 종횡무진 이 분야, 저 분야를 오가면서 몸집을 불린다. 노래와 춤이 되는 가수였다가, 연기력을 뽐내는 배우였다가 때때로 런웨이에서 디자이너의 옷을 빛내는 패션 모델이 되기도 한다. 활동영역이 확장되고 능력과 경력이 쌓이는 만큼 불러주는 곳은 많다.

한때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타이틀은 몇몇 시대를 앞서 나가는 선두주자를 지칭했지만 요즘에는 만능이 되지 않으면 ‘롱런’하기 힘든 시대다. 대다수의 연예인이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 발을 딛고 경계 없이 일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그맨들도 드라마 속 코믹배우 자리를 꿰찼다.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 출연 중인 박미선, tvN ‘막돼먹은 영애씨’시리즈의 김현숙 등 개그우먼들도 배우로 발을 넓혔다. ‘달인’ 김병만, ‘뼈다귀즘’ 한민관, 양배추도 각종 드라마에 출연했거나 출연할 예정이다.
 
요즘 스크린 스타들의 안방극장 진출도 눈에 띈다. 충무로 대표배우 황정민은 ‘식스먼스’의 주연으로 배우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며, 차승원은 SBS 드라마 ‘시티홀’로 6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했다.
 
그 중 배우를 향한 가수들의 열망은 대단하다. ‘가수 겸 배우’라는 타이틀도 이제 흔하다. 대표적인 만능 엔터테이너 비는 ‘스피드레이서’ ‘닌자 어쌔신’ 등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가수로서 활동기반도 넓혔으며, 손담비도 국내 가수활동과 동시에 춤을 소재로 한 영화 ‘하이프네이션’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가수 테이는 SBS 주말극장 ‘사랑은 아무나 하나’로 배우로서 첫출발을 뗐으며, 이수영도 4월 말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식스먼스’로 정식 배우로 데뷔전을 치른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연기 진출은 유독 봇물이다. SS501의 김현중은 얼마 전 종영한 KBS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인기배우의 타이틀을 얻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는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운명’의 ‘새벽이’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첫 출연작에서 호평을 받은 윤아는 두 번째 작품인 MBC 수목드라마 ‘신데렐라맨’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권상우와 호흡을 맞춘다. 슈퍼주니어의 강인 역시 MBC 드라마넷 ‘하자전담반제로’에서 열연 중이다.
 
요즘 아이돌은 한때 섣불리 연기에 도전했다 실패한 가수들을 통한 학습효과까지 더해져 웬만해선 어색하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기획사에서도 애초에 ‘만능 재주꾼’을 키우려 노력한다. 데뷔전부터 춤 연기 노래 등 ‘만능스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은 요즘 아이돌은 ‘가수’라기보다는 ‘종합예술인’에 가깝다.
 
사실 예전에도 대중예술 분야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는 넘쳤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가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갖추기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것도 큰 이유. 주목할 점은 요즘 들어 유독 가수들의 배우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만능 엔터테이너들이 생겨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가수들이 배우로 활동영역을 넓히는 것은 대중문화산업과 관련된 고질적인 문제”라며 “진짜 ‘음악’이 아닌 모바일 음원으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음반산업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음악’을 하는 이들은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즘 들어 가수들의 연기 진출이 봇물을 이루는 것도 음반산업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는 말이다.
 
한편 TV로 돌아온 스크린 스타들의 씁쓸함도 만만치 않다. 영화계 불황이 극심해지면서 투자가 줄어들었고, 실제 제작이 중단되는 영화가 속출한 것은 이들의 브라운관행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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