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보도…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역외 금융업 기록 누출
조세 피난처 역할을 하는 역외(offshore) 금융업으로 잘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서 내부 기록 수백만 건이 누출돼 해외에 재산을 은닉해 오던 전 세계 부자들 수 천명의 신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 기록에는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재벌, 독재자의 딸, 전처의 재산을 숨겨오던 영국계 백만장자 등이 포함됐다.
이메일 200만 통과 다른 문서는 주로 BVI에서 나온 것으로, 전 세계 오프쇼어 금융업에 큰 충격파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BVI는 각국 부자들이 재산을 숨기기 위해 주로 애용하는 역외 피난처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한 전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재산 규모가 천문학적 액수인 32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가디언 등 국제 미디어들이 협력, 발굴해 낸 재산 은닉자 명단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이자 대선 캠페인 공동 재무담당이었던 장 자크 오기에도 들어가 있다.
오기에는 자료 누출 때문에 역외기업과 관련된 중국인 동업자를 확인해줄 수밖에 없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전직 예산 장관이 스위스 은행 계좌에 20년 동안 재산을 빼돌렸으면서도 거짓말로 일관해 온 사실이 이미 밝혀져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태다.
몽골에서는 전직 재무장관 출신의 국회 부의장이 이번 폭로 때문에 정계 은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재산 은닉자로 거명된 이들 2명은 특히 BVI 같은 조세 피난처에서 소유주의 신원을 비밀로 하는 역외 기업을 이용하다가 적발됐다.
여하튼 이번 탐사 보도 때문에 전 세계 최고 부유층이 정부와 이웃의 눈을 피해 재산을 숨길 방법이 더는 없다고 느낄 정도로 비밀 유지가 극히 힘들어졌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BVI 고객 가운데에는 최근 사망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동료 백만장자인 스콧 영이 있다.
가짜 BVI 회사를 이용해 영국계·아일랜드계 은행에서 기록적인 7억5천만 파운드의 부동산 대출을 받아 수감된 아킬레아스 칼라키스도 포함돼 있다.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영국인들 이외에도 캐나다, 미국,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이란, 중국, 태국, 구(舊)공산권 국가들 출신의 정부 관료나 부자들도 포함됐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두 딸 명의로 세워진 회사를 이 나라 건설업자가 역외기업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고, 러시아의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 부인도 역외 사업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 현직 상원의원의 남편이자 변호사인 토니 머천트는 80만 달러 이상을 역외 신탁으로 운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스스로도 떳떳지 못하다고 느껴서인지 현금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고 서면 통신은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 밖에 필리핀의 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맏딸, 스페인의 최고 부자 미술품 수집가이자 미스 스페인 출신인 카르멘 티센-보르네미사도 그림을 사기 위해 역외 업체를 이용해 왔다.
한편 이들 재산 은닉자 명단과 조사 결과는 이번 주 공식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명단에 오른 이들은 면세 대상인 역외 기업이 프라이버시(비밀 유지)를 제공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해명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