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인분교수, 우리 사회 집단적 비겁이 낳은 결과물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8일 한 청년의 꿈을 철저하게 짓밟은 ‘인분 교수’ 사건의 전모와 그 교수의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을 추적하는 <‘쓰싸’와 ‘가스’- 인분교수의 아주 특별한 수업>편을 방송했다.

이미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인분 교수의 말도 안되는 악행이 보도됐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충격을 넘어 엽기 그 자체인 장 교수의 행위를 보다 근본적으로 파헤쳐보는 탐사보도의 자세를 취했다.


피해자 강선우(가명) 씨가 당한 피해는 심각했다. ‘특별한 컵’으로 불리는 인분을 강제로 10여 회 이상 먹는 비인간적인 일을 당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입에 재갈을 물린 다음 손발을 묶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워서 독한 가스를 뿌렸다. 이 쯤 되면 거의 살인행위다. 장 교수가 전기 충격기를 쓸까말까 생각중이었다는 말이 피해자 인터뷰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장 교수가 재직했던 대학교에서는 장 교수의 이런 행위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렇게 양면성이 있는 교수인지는 몰랐다. 학교에서는 이러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장 교수와 함께 일했던 제자나 교수들 중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원래 그런 면이 있다. 암암리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지인들은 제작진에게 그를 ‘열정적이고 리더십이 있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설명했다.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호탕한 장비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선우 씨뿐만 아니라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교수의 폭행이 그의 학생들부터 동료 교수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 노출 돼 있는 게 다가 아니에요. 직접 피해 본 분들은 아마 한이 많이 서려있을 거예요. 한 10분의 1정도 밖에 노출이 안 돼 있는 것 같으니까…”(장 교수의 동료 교수 인터뷰)

범죄심리전문가들은 “장 교수에게는 왜곡됐지만 자신만의 정당성이 있다. 이런 미성숙자에게 권력과 칼을 쥐어주었다”고 진단했다. “차분하고, 계획적이며 상상력이 들어가 있고, 인지작용이 있는 행위였다”는 전문가 멘트도 있었다.

결국 장 교수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교수 비리와 악행을 알고도 묵인하고 권력을 쥐어준 우리 사회의 집단적 비겁이 낳은 결과물로 결론내렸다. 장 교수를 단순히 정신병자나 사이코패스로 결론짓고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말이었다. 특히 교수와 대학(원)생 간 대학사회의 폐쇄성이 이런 극악무도를 낳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은 귀담아 들을만했다.

마지막에 구치소로 면회간 피해자에게 장 교수가 울 먹이며 말한 사실은 이해되기 힘들었다. “내가 더 이상 뭘 잃을 게 있겠니. 정말 미안하고 사과하네. 너는 좋은 여자를 만나 가정 잘 꾸리고 직장생활 잘하고 건강하게 살아. 어차피 그렇게 되는 게 내 꿈이었고 바람이었어” 이 말이 이해되는 시청자는 없었을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힘 있는 대형로펌을 선임하겠다고 말한 장 교수였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왜 피해자가 그런 악의 소굴을 빨리 탈피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으로 설명했다. 말을 안 들으면 일을 잘 못한다고 끊임없이 체벌을 가했다. ‘쓰싸 몇 대“ 이런 식으로 벌칙 종류까지 정해준다. ‘쓰싸’는 ‘슬리퍼(쓰레빠)’로 싸대기를 때리는 체벌, 또는 고문이다. 끊임 없이 비호감 사항을 지적받게 한다. 피해자는 스스로 ”뭘 못해서 이렇게 됐다“고 쓰는 비호감 조치를 당하는 것이다. 피해자는”난 노예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디자인학계의 큰 손으로 통했다. 회사대표이자 대학 학과장이며 3천 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디자인 협의회 회장으로 수완이 좋고 교제범위가 매우 넓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에게는 끊임없이 “다음은 너 차례야”라며 교수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이런 직원에게 교수의 일정으로 인해 결강될뻔한 대학 강의를 한번 맡겨 그 환상을 더욱 부추겼다.

장 교수도 처음에는 작은 폭력으로 시작하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어, 이게 통하네“하며 점점 더 센 폭력성과 엽기성, 야만성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그러니 장 교수 같은 흉측한 ‘괴물’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싹수를 자르려면 학교와 대학행정을 담당하는 부서 학생과 교수 사회 등이 이를 묵인하지 말고 고발하고 규칙과 규정으로 처리하는 관심과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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