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SBS는 오후 6시 50분부터 2015 WBSC 프리미어12 예선 5차전 대한민국 대 미국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날의 경우 예정대로 야구가 끝이 났다면 SBS는 드라마를 방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9회말까지 승부가 나지 않고 연장전에 돌입하는 탓에 결국 일요일 밤 기존 프로그램은 줄줄이 결방됐다. 일요일마다 벌써 2주째 ‘웃찾사’는 자취를 감췄고, ‘애인있어요’는 한 회 걸러 방송 중이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것은 드라마 영향이 크다.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는 정작 시청률은 한 자릿수이나, 체감 인기가 상당하다. 이미 지난 8일 WBSC프리미어12 예선 1차전 중계방송으로 인해 결방하자, 드라마 홍페이지의 방문자수는 급증했고, 22회 예고편은 이례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것이 SBS 관계자의 설명이다.
드라마는 초반 ‘진부한 불륜극’이라는 오명을 쓰고 3.9%까지 시청률이 하락했으나, 10회 이후 4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기억을 잃은 김현주(도해강 역)와 전 남편 지진희(최진언)가 다시 만나게 되자 시청률도 화제성도 서서히 높아졌다.
방송을 볼 수 없게 된 상황에 애청자들이 항의글을 올리는 것은 드라마가 이날 회차에서 절정을 맞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2회에선 도해강(김현주 분)이 의문의 남자에게 피습을 당하며 그간의 비밀을 주인공들이 공유하게 되는 급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드라마에선 도해강이 독고용기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습격 당한 도해강을 제외한 남녀주인공들이 다 알아버린 상황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최진언은 중환자실 앞에서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도해강의 잠든 기억을 깨우고, 드라마는 22회 말미 의식이 흐릿하게 돌아온 해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심지어 예고편에서 해강은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죽은 딸의 이름을 부르며 사경을 헤맸다. 시청자들은 때문에 해강이 이 사고를 계기로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은 것이 아니냐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창 치고나가 그간의 아쉬움을 달래도 모자랄 상황에 밤 10시가 돼서야 결방 확정을 공지하니, 시청자의 항의가 이어질 법도 했다. 심지어 결방 확정 기사에는 1만3000여개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제2의 ‘그녀는 예뻤다’(MBC) 사태다.
“야구는 스포츠 채널에서 하라”는 댓글부터 “드라마도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반응은 물론 “한창 클라이맥스로 가고 있는데 2주 연속 결방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항변도 나온다. 한 네티즌(rosa****)은 “드라마 제목 바꿔라. ‘애인있어요 -> 야구있어요”라는 댓글을 남겨 분노에 휩싸인 공간을 유머러스하게 바꾸고 있다. 이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결방있어요’로 바꾸라”는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어찌됐건 SBS는 드라마의 결방으로 인해 한 번 더 시청률 상승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
지난 14일 야구 중계로 밤 11시 10분부터 12시20분까지 방송된 ’애인있어요‘는 심야시간에도 불구하고 9.8%(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선 11.6%가 나왔다. 드라마가 9%대를 넘은 것은 22회 만에 처음이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내 딸 금사월‘을 피한 영향도 있으나, ’애인있어요‘를 기다려온 애청자들의 화답인 셈이기도 하다. 더 극적인 내용이 포진됐던 드라마는 이날 예정대로 방송됐더라면 적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작진의 입장에선 계획대로 드라마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지난 8일 한 회분이 결방됐기에 시청자가 만난 14일(토) 방송분은 애초에 일요일 방송분이었다. 이틀 연속 방송되는 드라마는 편성에 따른 일종의 편집 법칙이 있다. 다소 답답하고 지지부진한 ‘고구마’ 전개는 이틀 중 앞의 요일에, 그 갈등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사이다 전개’는 뒤에 배치해 다음주 방송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다. 시청자와의 밀고 당기기를 위한 장치다. 15일의 결방으로 제작진은 틀어졌던 드라마 회차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야구로 인해 다음주 토요일, 또 한 번 결방 사태가 빚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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