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스타일 ‘응답하라’시리즈 신원호PD
‘미생’ ‘시그널’등 대박 친 김원석PD
방송 콘텐츠 경쟁 새지평 연 두 주인공
“드라마 지면 콘텐츠 완패” 지상파 긴장
올해는 tvN이 개국 10주년이 되는 해다. tvN 화면에는 ‘10’이라는 숫자가 계속 올라온다. 지난 10년간 콘텐츠 제작사로 눈부시게 성장한 CJ E&M이 올 가을이면 부문별로 개국 1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시상식을 가질 것이다.
예능 연출 부문 상은 나영석 PD 단독 후보라고 봐야 한다. 코미디 연출상은 ‘코미디빅리그’ 아니면 ‘SNL코리아’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 연출상은 두 사람의 경쟁이다. ‘응답’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될 지,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이 될 지 가늠하기 힘들다. 신 PD는 예능국 소속이며, 김원석 PD는 드라마국으로 서로 소속이 나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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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호<왼쪽>·김원석 PD는 나영석 PD와 함께 CJ E&M에서 엄청난 존재다.회사를 그만 둔다면 주가에도 영향력을 미칠 정도다. 이들 PD들은 방송국의 콘텐츠 전쟁을 야기시킨 주역이다. |
신 PD와 김 PD는 공통점이 많다. 둘은 나영석 PD와 함께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한 동기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신 PD는 방송국에 들어와 다큐를 연출하고 싶었지만, ‘남자의 자격’ 등 예능 PD로 성공하고, CJ로 옮겨서는 드라마 PD로서 입지를 확고히 구축했다.
신 PD의 ‘응답’ 시리즈 성공으로 지상파 등 방송사들은 예능쪽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팀이 구성될 정도다. 몇몇 드라마제작사들도 갈등보다는 에피소드 위주로 드라마를 전개시키는 신원호의 드라마 제작 방식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응답’ 시리즈를 시트콤이 아니냐고 했던 드라마 제작자들도 이제는 “새로운 드라마”라고 말한다.
김원석 PD의 연출감각도 수준급이다. 문근영이 열연한 2010년작 ‘신데렐라 언니’의 B팀 감독이 김원석이었는데, 경남 하동 등에서 촬영된 뛰어난 영상 등은 당시 PD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몬스타’ ‘미생’ ‘시그널’을 통해 보여준 감성적인 영상과 미세한 연출력은 ‘석테일’이라는 별명을 낳게 했다. 김 PD는 드라마 시상식이나 콘텐츠 관련 시상식에서 받을만한 상은 거의 다 받았다.
김 PD는 ‘시그널’ 등에서 보여지듯이 대사가 별로 없어도 영상으로 이어지면서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내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발군이다.
두 PD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함께 작품을 해본 배우나 스태프들에게는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작품이 본격적인 기획 단계에 들어가면 잠을 2~3시간밖에 자지 않는다. 한국의 모든 드라마 PD가 작품에 들어가면 잠을 몇시간밖에 못자는 것은 상식이지만 이 두 PD와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지나치게 잠을 적게 잔다. 김원석 PD가 신원호 PD보다 조금 덜 자는 것 같다. 김 PD는 KBS 입사 전 엠넷 PD로 근무했다. 엠넷에서 밤 12시~1시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와 공부해 KBS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진짜 독종이다.
신 PD와 김 PD는 편집을 직접 한다. 후배 PD나 조연출에게 맡기지 않는다. 그러니 감독의 스타일이 작품에 오롯이 나타난다. 아티스트들이다.
나영석 PD와 함께 이들 두 PD는 CJ E&M에서 엄청난 존재다.회사를 그만 둔다면 주가에도 영향력을 미칠 정도다. 이들 PD들은 방송국의 콘텐츠 전쟁을 야기시킨 주역이이기도 하다.
tvN와 엠넷 채널 등을 가지고 있는 CJ E&M는 개국후 한동안 2030 콘텐츠에 주력했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상파와는 다른, 즉 ‘케이블라이크’한 젊은 콘텐츠를 만들었다. ‘슈퍼스타K’ ‘코미디빅리그’ ‘SNL코리아’ 등 몇몇 성공사례가 나왔다.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가 대박을 터뜨렸고 드라마의 잇딴 성공에 방송사들은 콘텐츠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응팔의 광고료는 지상파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었다.)
‘응팔’은 ‘응사’와 ‘응칠’에 비해 시청층이 크게 넓어졌다. 10대부터 70대까지 봤다. ‘치인트’도 40~50대 여성 시청자들이 많고, ‘시그널’도 중장년 시청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지상파들이 CJ E&M의 예능이 성공할 때만 해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괜찮은 프로그램이 케이블에서 좀 나오네”라고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사정이 다르다. 드라마 전쟁에서 지면 콘텐츠 경쟁에서 완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방송사 콘텐츠의 최후 보루이자 마지노선이다. 이미 예능이건, 드라마건 지상파와 비(非)지상파의 경계는 무너진 상태다.
최근 MBC 드라마 국장과 드라마 CP들이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MBC는 다양한 성격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방송 3사가 아니라 방송 5사의 드라마 경쟁이다. 이 경쟁에서 tvN은 저만치 앞서있다. 올해 tvN 드라마 라인업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JTBC는 ‘송 곳’ ‘라스트’ ‘디데이’ 등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형 드라마들을 선보였지만, 색깔이 너무 진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하는 한, JTBC도 조만간 자리를 잡을 것이다.
지상파중에는 SBS가 조금 앞서있다. 수목극에서 복합장르드라마를 안착시켰다. ‘용팔이’ ‘리멤버’는 전개의 완성도에서 문제를 노출했지만, 주중 미니시리즈급 드라마로는 극히 드문 시청률 20%를 달성했다. MBC는 ‘킬미힐미‘ ‘그녀는 예뻤다’ 등 간혹 성공작이 나오지만 존재감이 약한 드라마들이 많았다. KBS는 공영방송답게 건강하고 가족끼리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하지만, 주중드라마의 성공확률이 떨어진다.
CJ E&M에는 나영석 · 신원호 · 김원석 PD 외에도 재능이 뛰어난 연출자들이 많다. 하지만 신원호 · 김원석, 두 PD가 지상파의 콘텐츠 전쟁을 가속화시킨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다른 방송국에도 뛰어난 드라마 콘텐츠가 나온다면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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