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예고편] ‘배트맨 대 슈퍼맨’, “누가 이기는지가 중요해? 시작이 중요하지”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감독 잭 스나이더)의 하이라이트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이 아니다. 151분의 기나긴 러닝타임 중 이들의 결투는 불과 10여 분. 오며가며 ‘한 방’씩을 골고루 나누어 가지더니 뜻밖의 계기로 ‘전격 화해’에 이른다. ‘해빙무드’이던 이들 앞에 새로운 외계생명체가 등장한다. 기다려왔던 그녀, 원더우먼이 이때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시점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저스티스 리그’의 새벽(dawn)이 비로소 밝았다.

영화의 결말을 벌써 알아버린 것이 아쉽더라도, 굳이 극장을 찾을 이유가 있는 영화다. 어차피 히어로물의 스토리나 결론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다만 얼마나 설득력있게 풀어내는지가 관건. 24일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원제 Batman v Superman:Dawn of Justice, 감독 잭 스나이더)은 이들 결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영화의 상당 부분을 할해했다. 진지함으로 무장한 히어로들이 각자의 정의를 위해 고뇌하는 모습이 길게 이어지지만, 지루하지만은 않다. 

[사진=‘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사진=‘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사진=‘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스틸컷]

앞서 슈퍼맨(헨리 카빌)은 그가 태어난 크립톤 행성의 조드 장군이 메트로폴리스를 침공했을 때 초능력으로 이를 막아내고 지구를 구했다. 그러나 의도치 않은 희생자도 적잖았다. 목적의 선함과 결과의 악함은 다른 일. 도시에서는 슈퍼맨을 두고 ‘그가 과연 선하기만 한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다.

이웃 도시 고담에는 이런 슈퍼맨을 우려스럽게 지켜보는 배트맨(벤 에플렉)이 있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그는 소소한 악당들을 처단하는 것보다 언제든 악하게 쓸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을 처단하는 것이 더 큰 ‘정의실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때를 조율하던 배트맨, 여론의 궁지에 몰린 슈퍼맨, 이 사이에 사업가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가 끼어든다. 그의 이간질에 마침내 배트맨은 비구름에 배트맨 표식을 쏘아올리고, 슈퍼맨은 그곳으로 날아간다.

영화에서 그린 슈퍼맨 캐릭터는 영화팬들에게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지구인과 크립톤인, 선한 목적과 결과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제대로 느끼는 슈퍼맨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 기자간담회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전 영화들에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은 굉장히 복잡하고 풍부한 슈퍼맨의 고민과 감정을 영화 캐릭터에 많이 반영했다”고 밝혔다. 혹자는 “슈퍼맨은 ‘절대선’이어야 한다”고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지만 인간적인 고민을 느끼는 입체적인 슈퍼맨 캐릭터는 현대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반면 배트맨은 캐릭터의 재해석이 배제된 전형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든 배트맨’이라는 콘셉트지만 그리 새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에서 배트맨이 인간과 ‘메타휴먼’들 사이 소통의 다리가 되어줄지, 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기대감을 남겼다.

이야기의 시간순으로는 슈퍼맨의 탄생 비화를 그린 ‘맨 오브 스틸’(감독 잭 스나이더, 2013)이 영화의 전편에 해당한다. 앞으로 워너브라더스는 ‘원더우먼’(2017), ‘저스티스 리그 파트1’(2017), ‘플래시’(2018), ‘아쿠아맨’(2018), ‘저스티스 리그 파트2’(2019), ‘사이보그’(2020) 등 DC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 영화를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출발점,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의 프리퀄로써 차곡차곡 이야기를 펼친다.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의 ‘까메오 등장’도 반갑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들은 기본이다. 긴 러닝타임 때문에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다음 편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탁월한 엔딩이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51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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