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곡성’ 나홍진 감독, “혼돈으로 달려온 두 시간 반…클라이맥스도 혼돈으로”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극한의 체험”.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41)의 말이다.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는 극한의 혼돈을 직접 체험하도록 영화를 만들었죠.”

그만큼 ‘곡성’은 강렬하다. 러닝타임 두 시간 반 내내 관객들을 혼돈으로 몰아간다. 누가 나쁜 놈인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혼돈은 그대로 공포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곡성’이 그냥 심리극인 것도 아니다. 피가 흥건한 모습, 괴기스러운 행동을 하는 좀비,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르는 인물도 등장한다. 스릴러, 오컬트, 호러 장르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해도 좋다. 

[사진=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곡성’은 ‘추격자’(2007), ‘황해’(2010) 단 두 편으로 한국 영화계 요주의 인물로 떠오른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영화 개봉 첫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으레 천재감독이란 수식어가 조장하는 ‘어렵고 모호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나 감독은 뜻밖에도 명쾌하고 직설적이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와 같은 질문에 “그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인간과 신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인간에게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행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신이 떠올랐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리려다 보니 오컬트적인 요소를 등장시키게 됐다는 설명이다.

‘곡성’은 나 감독이 “신을 원망하는 느낌”으로 만든 영화다. 나 감독은 스스로를 “야매 기독교인”이라고 말한다. 

[사진=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장례식장 갈 일이 점점 많아지잖아요. 그러다가 전작에서 다뤘던 사건의 피해자를 생각하게 됐죠. 그분들께서는 왜 그런 피해를 당해야 했을까. 그런데 그 이유가 없는 것 같은 거에요. 그런데 이유를 못 찾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소멸하는데 이유가 없다는 게 되게 무섭게 느껴져서요. 그런 상황에서 저도 역시 신이 떠올랐죠. ‘왜 그랬느냐, 당신은 선하냐 악하냐, 실제 존재하기는 하느냐’라는 질문에서 영화가 시작된 거에요.”

‘곡성’은 작은 마을에서 계속해서 귀신에 씐 것 같은 사람이 일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추적하는 경찰 종구(곽도원)의 이야기다. 종구는 살인사건의 배후가 얼마 전 이사 온 외지인(쿠니무라 준)이라고 믿게 된다. 곧 딸 환희(김환희)도 귀신에 홀린 증상을 보인다. 용하다는 무당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을 해 보아도 딸의 상태는 악화되기만 한다.

종구는 “왜 하필 내 딸이냐”라고 절규하지만, 영화는 그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불행하게도 “미끼를 물었을 뿐”이라고. 종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갈등한다. 선과 악의 실체를 의심한다. 관객도 그를 따라 혼란으로 빠져든다.

나 감독은 종구가 딸을 살리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통해, 이 세상 피해자들의 남겨진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고 했다.

“당신이 가족을 사랑해서 혼신을 다해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진짜 징하게 봤다. 그 혼란 속에서 가장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갈등하는 모습도 봤다. 당신이 한 결정은 최선의 결정이고 움직임이었다. 응원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불행은 세상에 남아 있지만, 신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계시다.”

[사진=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나 감독의 전작과 ‘곡성’이 차별되는 지점은 코믹한 요소들이 첨가됐다는 점이다. “‘곡성’은 코미디 영화”라는, 한 인터뷰 속 나 감독의 말이 관객들의 원성(?)을 샀지만, 영화 속 코믹한 설정들은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 속에서 “완급조절을 위한 장치”였다. 나 감독은 “코미디적 요소가 있다는 말이었다”라며 “이 영화가 코미라는 것은 완전한 오해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인간적이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더 자극적인 묘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라며 “차라리 그 시간에 관객을 이완시켜 드리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의 대비 효과를 노린 이유도 있었다.

“주인공의 첫 번째 얼굴과 마지막 얼굴의 차이가 말해주듯이,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밝은 곳에서 이 영화가 내려갈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곳까지 떨어지길 바랐던 거죠.”

‘곡성’에 관한 또 다른 오해는 ‘15세 관람가’라는 상영등급. 나 감독은 “영화의 겉은 ‘15세 용’이지만 속은 ‘19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추격자’나 ‘황해’와 달리 ‘곡성’은 “허구임이 분명한 이야기”라서, “굳이 자극적인 묘사를 하지 않아도 됐다”는 설명이다.

“상영 등급은 혐오스럽고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느냐를 가지고 판단했겠죠. 그런데 제가 영화에 담은 내용이, 어린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면에서 등급을 ‘15세 관람가’로 받아 들고 좀 우울했지. 촬영감독한테 전화해서 “우리 영화 왜 15세야? 우리 영화 유치해요?” 이렇게 말하기도 했거든요.”

영화의 결말은 나 감독이 7개월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다. ‘범인’은 명쾌하지만, ‘해설’은 자유로운 결말. “저는 정말 최선을 다해 고민했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는 엔딩이라는 것을 틀림없이 확신해요.” 그는 자신했다.

“관객이 제가 풀어놓은 그 의미를 분명히 찾아내 주실 것이라 믿어요. 설사 그게 제 견해와 다르더라도 저는 그 해석을 진심으로 지지합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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