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자유분방한 빅뱅의 성장과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대중음악콘서트는 처음이었다. 나는 기자석이 아닌 사이드의 관객석에 앉아서 빅뱅 공연을 봤기 때문에 관객의 열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이 중국인지, 홍콩이나 싱가폴 같은 동남아인지, 일본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빅뱅 팬인 딸을 데리고 가족과 함께 콘서트 관람과 여행을 겸해 찾은 아시아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지난 20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빅뱅의 데뷔 10주년콘서트 ‘BIGBANG10 THE CONCERT : 0.TO.10’은 아이돌 그룹 역사의 현장이었다. 나는 2009년 1월 체조경기장에서 빅뱅의 단독공연을 본 적이 있다.(기자에게는 아이돌 가수 공연을 본격적으로 보게 된 계기가 됐다) 이 공연은 어느 가수보다 무대를 넓게 사용하는 무대연출법으로 관객과의 폭넓은 소통법을 보여주며 경기장 전체를 커다란 클럽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날의 빅뱅 10주년 콘서트는 더욱 더 세련되어지고, 더욱 더 자유분방해진 빅뱅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 


누룽지와 청국장 같은 대성의 구수함과 친근함, 분위기를 띄우며 디제잉 실력까지 보여준 승리의 에너지, ‘Rise‘이후 멜로디 라인을 부각시키며 엄청난 음악적 발전을 보여준 태양의 가창, ‘Doom dada‘에서 무대를 씹어먹을 듯한 강렬함을 보여주며 덤으로 수트빨까지 선사한 탑의 카리스마, 10년간 리더로서 빅뱅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콘 같은 존재가 된 지드래곤의 탈규격 등 멤버 각자가 자신만의 개성을 뽐냈고 그 어우러짐이 빅뱅이라는 매력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이 넓은 공연장에 모였던 6만 5천여 관객들의 집중도와 몰입도, 호응도는 엄청났다.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공연 전곡을 거의 ‘떼창‘하는 수준이었다.

따지고 보면 빅뱅에게 지난 10년이 순탄하게만 온 것은 아니었다. 간혹 멤버들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힐링캠프’를 통해 복귀할 때는 ‘이른 복귀’가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탑(T.O.P)도 이날 ”기억하고 싶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그들은 음악과 진심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빅뱅은 어반하고, 시크하며, 쿨하다. 하지만 여의도 금융가나 강남 테헤란로 등 화이트컬러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도시적이지만 ‘거리적’(street)이다. 잘 정돈된 사무실보다는 음악이 있는 클럽이 더 잘 어울린다. 거리과 골목의 ‘노는 아이’ 느낌도 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빅뱅은 양과 음이 공존하는 ‘다크 아이돌’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아이돌로서는 정점에 오르게 하는 요인이랄 수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빅뱅이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힙합을 결합시킨 클럽튠 음악이 유독 많고, 신서사이저 훅을 사용하는 등으로 음악적 스타일이 다소 고정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빅뱅은 이런 음악들을 그들만의 느낌으로 특별하게 제조하고 변주하는 차별화의 능력을 발휘했다. 


‘마지막 인사‘ ‘붉은 노을’ ‘거짓말’ 3곡을 연속으로 부를 때는 내가 클럽에 온 건인지 클럽이 나에게 온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도 분위기는 폭염과 함께 후끈 달아올랐다. ‘LOSER’와 ‘BANG BANG BANG’, ‘맨정신’, 그리고 마지막곡이었던 ‘BAE BAE’는 모두 빅뱅 멤버들의 자신감이 반영돼 있어 ‘환상의 플레이어‘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빅뱅의 힘이 이런 것이다. 아이돌로 출발했지만 기계적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수준이 아니다. 노래를 잘하는 가창력 뽐내기 정도가 아니라 자기음악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잡아나간다.노래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노래를 앞에서 끌고가며 컨트롤한다. 그것도 멤버 각각의 개성과 캐릭터를 그대로 살린 채로 이뤄진다. 


빅뱅은 열심히 트레이닝 받아 노래를 잘 부르는 모습을 완전히 벗어났다. 이 부분은 대중이 빅뱅에게 ”멋있다“고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탈규격’, ‘탈아이돌‘ 지향이라는 말이 나온다. 빅뱅의 이런 자유분방한 모습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한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지난 10년간 멋지게 성장하고 개성 있게 진화해온 그룹 빅뱅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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